시민과 관광객의 이동 편의와 관광 명소화를 위해 부산지역 해안 산책로나 등산로에 우후죽순으로 조성되고 있는 ‘덱(deck)길’ 대다수가 설치 이후 제대로 유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공공보행물 관리실태 특정감사를 통해 부산지역 덱길 526곳(총 98km)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곳 중 8곳 꼴로 안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덱길은 산책로, 공원, 해안가, 산림 등 자연과 접하는 야외공간에 목재 등을 이용해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다.
산림휴양법과 하천법 등 관련 법에 따르면 덱길 관리주체인 지자체나 시 산하기관은 산림, 공원, 하천, 도로 등 설치된 장소에 따라 각각의 규정을 준수해 정기 점검이나 자체 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점검·보수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에 설치된 덱길 526곳 중 93곳(17.7%)만 정기 점검이 실시되고 있었고, 나머지 433곳(82.3%)은 방치된 상태였다. 특히 등산로 등 산림에 설치된 덱길이 135곳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중 97%인 131곳이 정기 점검을 받지 않고 있었다. .
시 감사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통해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한 것만 모두 1594건에 달했다. 보행시 안전장치로 작용할 난간재가 파손된 사례가 519건(33%)으로 가장 많았고, 덱 판재 부식(379건, 24%)·파손(168건, 10%)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철제 하부구조물(기둥)이 부식되거나(117건, 11%) 기둥을 지탱하는 주변 토사가 유실된 곳(15건, 1%)도 적지 않았다. 전체 덱길의 하중을 가장 많이 받아 구조 안전성과 직결되는 이들 구조물의 부실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자칫 덱길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은 정기적인 유지 관리 없이 덱길을 걷던 이용자가 불편사항을 신고하거나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수리나 보수 등을 실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제 2021년 이후 부산지역에서 보행자가 덱길을 걷다가 낙상사고 등을 당해 국가나 관리기관 등에서 배상한 사례는 14건에 이른다. 3건은 현재 배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2022년 10월 낙동강관리본부가 관리하는 한 덱길을 걷던 보행자가 덱 틈새에 발목이 끼어 넘어지면서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시민이 공원 덱 난간에 기대어 사진을 찍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난간이 부서지면서 척추를 다치기도 했다.
적정성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덱길을 설치했다가 예산만 낭비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부산의 한 기초지차체는 구조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 검토 없이 해안 산책로 덱길을 부실하게 정비했다가 2022년 태풍 힌남노 내습 때 시설물이 훼손되면서 현재까지 데크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산복마을 일대 주민 보행 편의를 위해 덱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유지에 무단으로 덱길을 설치했다가 법원에서 철거명령을 받기도 했다.
시 감사위원회는 총 16건의 행정상 조치와 95명의 신분상 조치, 6억 700만 원의 재정상 조치를 요구하고 데크길 등을 관리하는 각 기관에 시정·개선토록 통보했다.
시 윤희연 감사위원장은 “덱길은 다양한 구조로 시공이 가능하고 공간 활용도가 높아 2004년 이후 해마다 설치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나무 바닥과 안전시설이 노후화돼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보행 시설물인 만큼 각 관리 주체는 사업 추진부터 보수·보강까지 유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