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전문 직업 발레단’ 창단을 기대하던 부산 발레인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일반 시민 눈높이엔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무용을 전공한 전문가들 눈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클래식부산과 영화의전당이 공동 제작으로 지난 15~17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선보인 ‘2024 부산발레시즌’(예술감독 김주원) 개막 공연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 넘쳐났다. 이는 만들어지지도 않은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창단으로 오해하게끔 시나 예술감독이 기대감을 키운 면도 없지 않았다.
시는 정식 발레단 창단이 아닌, 18명의 시즌 단원과 프로젝트 단원 10명으로 꾸린 ‘부산발레시즌’을 처음 시도했다. 더욱이 3일간 총 4회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개막 첫날인 15일엔 영상 송출 사고까지 겹쳐 창작 발레 ‘샤이닝 웨이브’ 45분 러닝타임 중 20여 분을 영상 없이 진행했다. 영상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화의전당 리허설 과정에도 불안불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연 당일 무대 배경막으로 사용한 다리막이 부족해 시장으로 구하러 다녔다는 후문에다 1막 음악 MR 반주에 이어 2막 음악은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하겠다는 애초 안내와 달리 MR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뒤섞이면서 “이럴 거면 라이브 연주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작품은 2부로 나눠서 1부는 클래식 발레 ‘파키타 그랑 파 클래식’(‘파키타’ 중 결혼식 장면, 일부 안무 윤전일)과 2부는 창작 발레인 ‘샤이닝 웨이브’(안무 이정윤·박소연)로 구성했다. 첫 발레시즌인 만큼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예술감독의 포부였다. 하지만 무용수들의 기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프리랜서 발레 무용수 중에서 선발한 시즌 단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역과 군무진 등 프로젝트 단원 명목으로 10명의 추가 인원이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부산경남발레협회 소속 A 발레인은 “강렬함의 상징과도 같은 ‘파키타’를 우아한, 부드러운, 유연한 ‘파키타’로 재구성한 것과 한국 한지와 먹을 상징하는 듯한 발레 의상, 아름다운 꿈속을 연상케 하는 무대 장치, 몽환적 조명 등은 기존의 ‘파키타’를 넘어선 의미 있는 행보였다”면서도 “오디션을 통해 채용된 단원이 아닌, 프로젝트 단원과 중등생의 출연은 공연을 보는 내내 시즌제 발레단의 정체성과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부산의 중견 발레인 B 씨는 “당초 세계적인 발레리나의 부산 입성을 참으로 자랑스럽게 반겼고, 지역 부산 예술계에 긴장과 충격을, 발레계의 수호자가 되어주길 바랐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후로는 기획 부재와 인식 부족, 협업 성과의 의문, 무용수들의 해석과 표현의 부족, 관객 소통과 감동의 부재 등 질타가 이어졌다. 이 발레인은 또 “이번 작품은 재료와 도구, 장소는 마련해 놓고 어떤 메뉴로 누구와 멋진 요리를 만들어 함께 맛나게 먹을까가 아쉬웠다. 테이블 보와 접시(의상)는 좋았다”고 비유적으로 전했다.
발레 전공자는 아니지만 중견 무용가 C 씨는 “부산에서 얼마나 어렵게 마련한 시스템인데 정말 너무한다 싶어서 화가 났다”면서 “두 달 연습에, 5억여 원이란 예산이 들어간 공연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 도시에서 부산 ‘발레단’ 창단 소식을 듣고 관광을 겸해서 일부러 부산을 찾았다는 40대 발레인 일행 4명은 “서울과 광주 발레단을 빼면 부산이 처음이어서 큰 기대를 했는데, 창단 공연 수준이 예고나 학원 발표회보다 못한 것 아닌가 싶어서 진짜 실망하고 돌아간다”로 혹평했다. 혹자는 단원 약력 하나 없는 프로그램도 지적했다.
시즌제 발레단이라고 해도 시즌제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너무나 달랐고, 준비 부족을 실감했다는 게 주최 측의 전언이다. 분명한 것은 예산도, 발레 무용수도, 전문 인력도 태부족인 부산 상황에서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정식 발레단 구상이 확실해질 때까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할 듯싶다. 원로 발레인 D 씨가 들려준 “발레인들의 숙원이던 발레단 창단까진 안 되더라도 발레시즌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지도자들이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아니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제대로 하든지…”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