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14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135금성호 침몰 사고에 전근대적인 어선 크기 제한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수년째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대형선망업계를 고사시키고, 선박의 전복 사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20일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형선망어선 107척이 있으며 이중 선단의 핵심이 되는 본선은 모두 17척이다. 본선은 선단 중 어류를 직접 포획하는 핵심 선박인데, 17척 모두 크기가 중소형에 해당하는 129t이었다. 사고가 난 135금성호 본선도 129t이다.
본선 크기가 모두 동일한 이유는 수산업법에서 배 용량을 129t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본선이 크면 지나친 어업 활동이 벌어질 수 있어, 어획량 규제를 위해 크기를 제한하고 있다.
대형선망업계는 배의 크기로 어획량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배의 크기가 작을수록 전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성호 사고의 경우 당시 어획량과 기상 상황 등이 여러 요인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 중이지만, 더 큰 배였다면 피해가 줄고 사고 양상도 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어선의 한 항해사는 “위기 상황에선 작은 차이로 운명이 바뀐다”며 “좀더 큰 배였다면 최소한 위기 대응 시간이라도 더 길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어업인들이 금성호 사고 뒤 본선 크기 제한에 더 분노하는 건 해당 규제가 전근대적이라고 수년째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총허용어획량제도(TAC)’가 있기 때문에 배 규모에 상한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호소였다. 실제 국내와 조업 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135t이었던 허용 톤수를 2008년 199t까지 확대했다. 크기 제한이 대형선망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의 대형화는 효율성과 직결된 문제이고, 신규 인력 유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생활 시설, 현대화 통신 장비 등이 갖춰져야 젊은 층이 들어오는데 크기가 작다 보니 현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에선 선원 복지를 강조하지만 정작 복지를 실현할 공간이 없는 셈이다.
선원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어선의 경쟁력은 떨어지다 보니, 업계는 투자는커녕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일어업협정 중단 전인 2015년 대형 선망 선단은 24개였지만 현재 17개로 30%가량 감소했다. 내년도 감척 사업에도 2개 선단(12척)이 감척을 신청할 계획이다.
선박 노후화 문제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형선망의 경우 영세한 경영 여건 탓에 일본에서 20년 넘은 중고선을 수입해 오고 있다. 하지만 해양환경관리법 강화로 2025년부터 수입 디젤 선박의 배출 규제가 더 엄격해지고, 이를 충족할 중고선을 더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고선은 15억~20억 원이고 신조 비용은 약 15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새 배를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대형 선망은 있는 배를 계속 고쳐 써야 하는 처지다. 이달 기준 대형선망어선 107척의 평균 선령은 33년 7개월에 달해 이미 노후 선박들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