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를 비롯한 부산 도심 곳곳에 토종 식물을 위협하는 생태교란식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교란식물이 주변 식물 생육을 억제하고 생태계를 집어삼키는 만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낙동강 생태공원에서 발견된 생태교란식물 양미역취 면적은 38만 6164㎡이다. 이는 축구장 50개 규모에 달한다. 시 낙동강관리본부는 올해 양미역취 분포도를 조사하고 있는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다.
양미역취는 북미 지역에서 넘어와 주로 9~10월부터 피어난다. 뿌리가 내린 양미역취는 100년가량 한자리에서 유지가 되고, 만개할 때 2만 개 이상의 씨를 바람에 날려 확산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하다. 2m 넘게 밀집돼 자라고 뿌리에서 독성물질을 내뿜으며 주변 식물들을 자랄 수 없게 하는 ‘타감 작용’을 일으킨다. 양미역취는 2009년 환경부의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양미역취는 낙동강 하구와 서부산 강변 일대에 주로 군집하면서 토종 식물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시 낙동강관리본부가 올해 두 차례 양미역취 제거 작업에 나서는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낙동강 둔치나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부근,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캠핑장 위쪽, 을숙도 방향 공원 하부 등 사람 발길이 뜸한 곳들은 여전히 양미역취가 제거되지 않고 퍼져 있다.
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낙동강관리본부의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사업을 통해 교란식물 면적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생태공원과 하천변은 오염 문제 등을 이유로 제초제를 쓸 수 없는 탓에 예초기를 동원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양미역취와 같은 생태교란식물이 최근 들어 하천 주변을 넘어 도심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가 부산 도심을 확인한 결과, 부산진구 범천동과 남구 대연동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이나 택지 개발이 최근에 이뤄졌던 곳 중심으로 양미역취와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교란식물이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공사 중장비 차량에 씨가 묻어오거나 나무 등을 옮겨 심을 때 도심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교란식물이 도심까지 들어와 다른 식물을 뒤덮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하고 발아와 생육을 저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미비한 실정이다. 환경단체는 생태교란식물에 대한 정확한 분포 실태 파악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양미역취는 다른 식물들 성장을 방해하고 혼자 군집을 이루기 때문에 중장비를 이용해서라도 대규모 밀집 공간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제거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생태교란식물이 최근 도심 곳곳으로 침투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데, 지자체도 의지를 갖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해당 식물을 제거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