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관련 첫 대법원 판결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50대 여성에게 사기 범죄 최고형인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최근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전세사기 범죄와 관련한 첫 대법원 판단으로 향후 형사 재판에도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모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2020~2023년 부산 수영구 등에서 임대사업을 하면서 229명에게 전세보증금 약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 씨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부산 지역 원룸 9채(296세대)를 매입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3년을 구형했지만, 지난 1월 1심 법원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시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이후 최 씨가 항소했지만 2심은 형량을 유지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19일 대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한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라 의미가 크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최 씨의 상고를 기각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