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위기 ‘가자’… 하마스 초토화 속 ‘트럼프 등판’ 주효했나

입력 : 2025-01-16 18:03:2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길거리서 국기 흔들고 퍼레이드
휴전 합의 사실에 길거리 쏟아져
일부 난민, 여전히 두려움 호소
발발 후 이스라엘 대대적 작전
하마스 지도부 궤멸 일정 영향
종전 자신 트럼프 당선도 한몫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별명), 이 전쟁을 끝내라’는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얼굴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전쟁 휴전을 결단한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한 대형 광고판에 떠 있다. UPI연합뉴스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별명), 이 전쟁을 끝내라’는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얼굴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전쟁 휴전을 결단한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한 대형 광고판에 떠 있다. UPI연합뉴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 시간) 가자전쟁 휴전을 결단하면서 주민들은 15개월간 이어진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돼 안도감과 환희에 휩싸였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는 평행선을 달려온 양 측의 전격적 결정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을 쏟는다.

■즉석 퍼레이드 등 축제 분위기

15일(현지 시간) 미국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앞서 휴전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가자지구의 밤거리는 모처럼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거리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한 시장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즉석 퍼레이드’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스라엘 폭격 희생자들을 치료해 온 병원 등에서는 축하 집회가 열렸다. 가자 북부에 집을 둔 난민 알라 아부 카르시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못했기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곳곳에서 휴전을 기뻐하는 축포가 울리자, 당국이 텐트촌에서 생활하는 난민의 안전을 우려해 축포 사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민방위국은 성명에서 “더 이상의 부상자나 희생자를 애도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만 슬픔과 피로감,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쟁 중에 가족을 잃었다는 난민 알 쿠르드는 “아직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추모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폐허가 됐을지언정 집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지만,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슬픔이 솟구친다”고 했다.

전쟁 발발 후 여덟 차례나 거소를 옮기며 난민 생활을 했다는 니자르 함마드는 집도, 학교도, 병원도 사라진 가자지구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휴전 소식은 기쁘지만, 전쟁 이후에도 이어질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또다른 전쟁 피해자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도 기쁨과 걱정 속에서 휴전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질 가족 단체는 성명을 내고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며 “협정의 모든 단계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할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궤멸·트럼프 당선 영향 미쳤나

이처럼 가자지구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극적인 합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이스라엘이 15개월 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리는 굴욕을 당한 뒤 대대적인 보복에 나선 끝에 하마스 지도부가 사실상 궤멸되며 동력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점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내각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고강도 군사작전을 펼쳤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에 머물던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고, 얼마 뒤 그의 후임인 야히야 신와르도 가자지구에서 살해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동안 가자지구에서만 무장대원 약 1만 7000명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토벌에 만족하지 않고 그 배후에 있는 이란을 위시한 ‘저항의 축’ 무장세력을 노렸다. 레바논 남부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견제하는 공습을 이어가다가 작년 9월에는 18년 만에 레바논에서 지상작전을 개시했다.

여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재입성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를 거치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두개의 전쟁 모두 종식돼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전쟁 기간 내내 휴전을 촉구해온 것에 더해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이 가중된 셈이다.

이후 작년 11월 27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 돌입,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 합의가 이어지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때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 차기 미국 행정부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외교정책 성과를 ‘선물’로 안겨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어렵사리 가자지구에 포성이 멎었지만 휴전이 오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는 19일 발효할 전망인 양측의 휴전안대로면 첫 단계에 규정된 교전 중단 기간은 6주 뿐이다. 42일을 넘겨 휴전을 이어가려면 1단계 내에 2단계, 3단계에 대한 양측 합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