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21일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제15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울산 암모니아 벙커링(공급) 규제자유특구’가 최종 지정됐다고 밝혔다.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암모니아 조선·기자재 시장을 선점할 전진기지의 초석이 울산에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 암모니아 벙커링 규제자유특구(이하 특구)는 차량에 고정된 이동식 탱크로리를 이용해 중대형 선박에 암모니아 연료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기술·기자재를 개발하고 실증하는 사업이다. 지정 기간은 올해 6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2년 7개월이며,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암모니아 조선·기자재 시장은 새롭게 열리는 신규 시장으로 ‘이동식 탱크로리’를 활용한 암모니아 충전 기술을 울산에서 국내 최초로 실증하게 됐다”며 “이번 특구 지정을 통해 울산이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특구 지정으로 국비 등 160억 원 상당의 예산이 실증 연구 개발 등에 투입된다. HD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울산대학교, 울산테크노파크 등 23개 기관·기업이 특구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암모니아 벙커링 기술의 국산화와 국제 표준 대응을 동시에 추진한다.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액화천연가스(LNG)나 수소보다 액화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적고 기존 저장·운송 인프라와의 호환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에는 암모니아가 전 세계 해운업 연료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에서 실증할 기술은 이동식 탱크로리에 실린 암모니아를 육상에서 해상 선박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TTS·Truck to Ship)으로,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선도할 핵심기술로 꼽힌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현행법상 고정된 저장소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다. 이동식 탱크로리를 활용한 연료 충전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특구 사업을 계기로 암모니아 벙커링 관련 국내외 표준을 마련하고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 울산시의 목표다.
울산은 이 같은 암모니아 벙커링 기술을 실증할 국내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HD현대중공업과 롯데정밀화학 등 세계적인 조선·화학 기반 시설을 갖춰 암모니아의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을 모두 용이하게 할 수 있어서다. 실증 대상이 될 세계 최초의 중·대형 암모니아 추진선도 건조하고 있다.
특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해상에서 연료 충전이 가능해 암모니아 선박 보급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암모니아 벙커링 부품의 국산화와 세계시장 선점에도 긍정적 역할을 미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류홍렬 기술본부장은 “암모니아 연료를 쓰는 중형 암모니아 운반선의 TTS 방식 벙커링 실증을 통해 대형 선박으로의 확대 적용과 관련 사업 활성화를 기대한다”며 “이번 특구 지정을 계기로 암모니아 벙커링 안전기술과 기자재 개발, 그리고 국제 표준 정립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