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사전투표일까지 불과 일주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 추세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나마 판을 흔들만한 카드로는 보수 후보 ‘단일화’가 유일해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측도 당사자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완강한 거부에도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이 후보 대 보수 단일후보 간 양자 대결에서도 이 후보가 50% 이상의 압승 결과가 나오면서 단일화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무조건 단일화’보다는 이질적인 두 후보 지지층을 결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1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18~19일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내일이 대선이면 누구에게 투표할 생각인지’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P))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50%,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후보 6% 순으로 나타났고, 이재명-김문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후보가 52%를 얻어 39%인 김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준석 후보가 빠진 상황에서도 김 후보는 물론 이재명 후보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면서 3자 구도의 지지율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6일 15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자 대결에서 이재명 50.2%, 김문수 35.6%, 이준석 8.7%인 지지율은, 이재명-김문수 양자 대결 시 이재명 54.3%, 김문수 40.4%로 집계됐다. 3자 대결과 비교해 이 후보가 4.1%P, 김 후보가 4.8%P 오른 셈인데,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8.7%과 비슷하다. 이준석 후보가 빠질 경우, 이 후보 지지층이 보수 성향인 김 후보로 쏠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 후보 지지층 중 적지 않은 규모는 김 후보보다는 이재명 후보가 낫다고 여긴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 상태에서 단일화를 하더라도 판을 뒤흔들 정도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히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의 표를 더 잠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독자 완주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물론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는 상황이 지지층 표심에 반영된 것일 뿐, 실제 단일화가 성사되고 이 후보가 김 후보를 돕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김 후보 쪽으로 결집이 이뤄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 각각 60·70대와 20·30대로 크게 다르다는 점도 단일화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관측과는 별개로 현재로선 단일화 성사가 요원해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에도 페이스북에 “우리는 결국 힘을 합쳐야 한다”며 “보수 본가가 고쳐 쓸 수 없는 집이라면, 그 자리에 더 좋은 집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단호하게 선을 긋는 이 후보에게 쇄신 의지를 밝히며 재차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김문수 후보 역시 이날 남은 기간 지지율 제고 대책에 대해 “특단의 대책은 우리 당의 대표를 하다가 나가서 지금 뛰고 계시는 이준석 후보”라면서 “이 후보는 마지막에 결국 저와 단일화가 돼서 훌륭하게 우리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역”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어떤 논의의 방향을 가져갈지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완주 의사를 고수했고, 이 후보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개혁신당 김철근 사무총장은 “나름 판세분석을 해보면 이른바 ‘동탄 대결’인 3자 대결 구도로 가는 게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김 후보 측이 지지율 격차를 앞세워 단일화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성사 가능성은 별개로 두 후보 지지층 구성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다면 단일화 효과는 클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친윤석열계 핵심의 2선 후퇴 등 이 후보 지지층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