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야구에서 투수의 기량이 타자를 따라가지 못해 평균자책점과 경기당 득점이 전체적으로 높은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자책이 4점대 중반을 넘거나, OPS(출루율+장타율)가 0.7 중반 이상을 기록하면 타고투저 현상으로 여긴다.
올 시즌 KBO리그는 타고투저 현상이 없다. 21일 현재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4.23이고, OPS는 0.716이다. 타고투저 현상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활발한 타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예외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타고투저 현상을 겪고 있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91로 키움 히어로즈(6.00) 다음으로 많고, OPS는 0.766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리그 선두인 LG 트윈스는 OPS가 0.777이지만, 평균자책점은 3.38에 불과하다. 21일 현재 롯데가 리그 3위(28승 2무 19패)에 올라 있는 것은 순전히 타력 덕분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타력만 믿고 있을 순 없다. 아무리 타력이 좋더라도 마운드에서 실점을 많이 하면 그 경기 결과는 뻔하다.
리그 1·2위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20일 LG와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이날 윤성빈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제구 난조로 경기 초반인 2회까지 10점을 내줬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 이후 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는하지만 이쯤되면 승부는 사실상 결정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롯데는 6회말 대거 6점을 만회하며 한때 9-14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9-17로 패했다.
롯데는 이날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는 등 불망방이 과시했지만, 마운드는 LG에게 선발 전원 안타를 허용했다. 두 팀 모두 선발 전원 안타 기록은 KBO 통산 12번째 진기록으로, 지난해 4월 KIA 타이거즈와 LG 경기 이후 13개월 만이다. 롯데는 이날 선발 전원 득점까지 기록했으나 경기 초반 대량 실점으로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3연승 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롯데가 상위권에 살아 남으려면 마운드 보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의 선발진을 보면 박세웅과 데이비슨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발 자원이 없다. ‘좌승사자’로 불리며 1선발 역할을 하던 찰리 반즈가 최근 어깨 부상으로 롯데를 떠나면서 팀은 엄청난 악재를 만났다. 부랴부랴 LA 다저스 산하 트리블A에서 뛰고 있던 알렉 감보아를 데려왔지만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해 줄지는 미지수다. 감보아는 이번 주 2군에서 실전 감각을 올린 뒤 27~2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감보아의 합류로 선발자원 중 4명은 확실해 졌다. 나균안은 올 시즌 아직 승수를 챙기지 못하고 2패, 평균자책점 4.63으로 다소 부진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은 빠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한 자리가 문제다. 한현희와 윤성빈, 박진 등이 임시방면으로 5선발에 기용되고는 있지만 아직 믿음을 주기엔 약하다.
올 시즌 롯데의 경기당 득점은 5.04이다. 마운드에서 5점 이내로만 막아준다면 이긴다는 이야기다. 롯데는 현재 시즌 3분의 1가량을 소화했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롯데가 마운드 보강과 쇄신 없이 투타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상위권은 물론 ‘8년 만의 가을야구’도 힘들어질 수 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