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양산으로 이전한 뒤 방치된 부산 영도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건물의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아르떼뮤지엄 등 해당 건물 일대가 관광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면서 건물과 부지 활용 방안 찾기에 지역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부산대와 영도구청 등에 따르면 옛 영도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남부분원(이하 남부분원) 건물은 2011년 남부분원이 경남 양산으로 옮긴 뒤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 주변에는 현재 덤불, 나무 등이 무성히 자라 뒤엉키며 일대 주민들에 ‘흉물’로 인식되고 있다. 남부분원은 1993년 지하 1층, 지상 3층 본관과 부속 건물 4개 동 규모로 완공됐다. 공간 부족과 시설 노후로 남부분원이 양산으로 이전하면서 건물은 폐쇄된 상태다.
방치 상태가 길어지고 일대가 개발되면서 건물 활용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남부분원과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1228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인근에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영도’가 지난해 개관하는 등 동삼동 일대는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근 카페와 맛집들도 SNS를 통해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건물이 장기간 방치된 사이 무단 침입이 일어나는 등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21년 한 유튜버가 공포 체험 콘텐츠를 촬영하기 위해 건물에 몰래 들어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이곳을 관할하는 지구대는 주기적으로 건물 주위를 순찰하는 등 안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영도구 주민 정 모(31) 씨는 “오가며 자랑스럽게 봤던 곳이 이제 ‘흉물’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빨리 대책을 마련해 건물이 다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물의 관리 권한은 부산대에 있지만, 부산대는 이렇다 할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산대병원이 부산대로부터 건물에 대한 무상 사용권을 위임받았으나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고, 지난해 11월 건물 관리권은 다시 부산대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대 총장이 현장을 답사하며 건물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태다.
부산대 재무과 관계자는 “주변 환경 미화 작업은 진행하기로 했지만 건물 활용엔 최소 수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해 아직 의논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영도구청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건물을 관리할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2030년 준공이 예정된 봉래산터널이 건물 일대를 지나가는 점도 활용 방안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도구의회 김기탁 의원은 “터널 노선이 이 건물 일대를 지나면 건물 철거 가능성이 있어 개발에 큰 변수가 된다”며 “부산대와 영도구청이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개발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