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앞두고 관련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당이 힘을 싣는 김태선 의원안과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문제는 속도에만 집중한 김태선안이 사실상 유력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당은 연내 해수부 이전을 위해 법안 통과에 있어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담은 김태선안을 해수부 부산 이전에 필요한 지원 근거로 마련할 태세다. 하지만 야당과 지역사회는 이 안이 실질적인 해양수도 육성이나 해양수도 비전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속도 못지 않게 내실도 중요하다.
부산 시민과 지역사회가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해수부 이전은 단순한 조직 이동이 아니다. 해수부가 세종으로 이전한 이후 흩어진 조선·해양 산업 기능을 통합하고, 전문 부처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계기여야 한다. 곽규택안은 해양산업 거점 육성은 물론 해양산업특화 혁신지구 조성 등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발전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김태선안은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법안은 이전 비용, 직원 복지 등 실무적 지원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기능 강화나 관련 기관 이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전략적 내용은 배제됐다. 자칫 이름뿐인 해양수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은 두 법안에 대한 병합심사 여부와 처리 속도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 여당은 연내 이전을 이유로 신속한 처리에 무게를 두지만 야당은 해수부 이전이 해양수도 부산의 실질적 첫걸음이 되도록 산업 기반과 정책 기능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법안 내용 보강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최근 지역사회가 김태선안에 반발하며 비판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 이전은 해양 산업과 연구, 물류와 국제 협력까지 아우르는 종합 구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이 일단 이전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으로 김태선안을 고집한다면 이는 부산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해수부 이전은 단순히 건물과 인력을 부산으로 옮겨오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이는 부산의 해양 산업 경쟁력을 국가적으로 인정받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중대한 분수령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 부산 이전 특별법에는 법안 단계에서부터 부산을 진정한 해양수도로 만들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선택은 명확하다. 특별법은 단순한 이전 지원을 넘어 해양수도 육성과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담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나 단기적인 속도전에 매몰돼 부산의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담보할 법안을 놓친다면, 이는 두고두고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