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해양수도로 번영하는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대 앞에 서 있다. 해양수산부 이전이라는 행정 중심 기능 확보와 더불어 북극항로 개척 목표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반전의 기회다. 한데, 정부 기관과 관련 업계가 집적된다고 해서 저절로 해양강국의 구심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도시 스스로가 뼈를 깎는 혁신에 성공해야만 해양 신산업과 인재의 요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전북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이 구인난을 겪었던 사례를 곱씹어야 한다. 해양 관련 기업과 우수 인력이 자발적으로 몰리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해양수도에 걸맞게 도시 구조와 기능이 근본적으로 재편돼야 한다.
부산시와 테크노파크 주최로 18일 열린 ‘해양 신산업 제조·서비스 포럼’은 해양도시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시의적절한 시사점을 준다. 7회로 계획된 포럼 중 이날 첫 회의 주제는 해양 반도체였다. 지역에 특화된 강점 자산을 십분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글로벌 해운·조선시장이 탈탄소화·자동화·스마트화되면서 급부상한 해양 반도체는 부산이 보유한 전력 반도체 및 해양 장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와 결합하면 독보적인 경쟁력 발휘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항만·물류 중심에서 데이터와 첨단 기술 중심 도시로 전환하는 노력이 성과를 낼 때 부산의 경제 체질은 첨단화, 고도화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해양 신산업 육성 전략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수도권의 교육·산업·생활 인프라는 그간 지방 청년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거꾸로 기업은 고급 인력 확보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지방을 회피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전문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해양 신산업 유치·육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지역 대학들이 앞다퉈 인재 양성·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부경대는 부산형 과학기술원대학원(BAIST)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울산과학기술원과 공동 연구와 인력 양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한국해양대도 목포해양대와 통합 이후 첨단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와 기관·기업이 오는 것은 물리적 조건이 갖춰지는 것일 뿐, 성과를 내려면 화학적 결합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해양 반도체를 비롯한 해양 신산업은 부산의 DNA를 바꿔 놓을 가능성을 지녔다. 기존 제조(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와 서비스(AI, 블록체인 등) 기반이 시너지 효과가 날 때 수도권과 대등한 양극 체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신산업 육성에 발맞춰 인재 확보를 위한 대학 역량과 산학연 협력도 강화돼야 한다. 더불어 주거·문화·복지 등 삶의 질 향상은 필요조건이다. 부산의 백년대계는 해양 신산업과 인재 육성에 달렸다. 부산은 해양수도 위상에 걸맞은 혁신에 과감히 도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