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는 돌의 도시였다. 도시를 보는 시각이 현대와 달랐던 로마인들은 녹지대를 배제하고 석조건물이 가득한 공간으로 '도시 로마'를 만들었다. 네로 황제가 서기 68년 궁전에 해당하는 ‘도무스 아우레아’를 짓고 정원 등 조경에 힘을 쏟으면서 기존 석조건물과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로마인들은 이를 로마답지 못한 건축물로 여길 정도였다. 결국 도무스 아우레아는 네로가 죽은 뒤 파괴됐고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서기 70년 그 자리에 콜로세움을 지어 올렸다.
폐허가 된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반짝이는 석조 인테리어로 빛이 났을 테지만 석조건물만 가득한 도시에 산다는 것은 정서적인 측면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로마인들에게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거주하는 로마의 석조건물 밀림 속 집과는 달리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별장이 필요했다. 돈이 없는 평민들은 어쩔 수 없었으나 귀족들은 너도나도 로마 이외 지역 녹지대에 별장을 마련하고 수시로 거기서 생활했다. 이런 별장을 ‘빌라 우르바나’라 불렀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녹지가 있는 언덕이면 볼 수 있는 건물들은 빌라 우르바나에서 비롯한 것이 많다. 이 빌라 우르바나가 ‘세컨드 홈’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세컨드 홈이 좀 더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잡게 된 것은 100여 년 전부터다. 프랑스와 스페인, 스칸디나비아 등에서 귀족들의 가족 유산 형태로 존재해 오던 것이 1950년대 이후 자동차 등 교통수단 발달로 급격히 그 수가 늘어났다.
현대 들어서는 여러 나라들이 지역의 인구 쇠퇴 현상이 심화하자 세컨드 홈 정책으로 쇠퇴 지역 생활인구를 늘리려 노력중이다. 영국은 농촌 지역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농촌 지역의 세컨드 홈을 임대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 일본도 세컨드 홈 법이라 불리는 두 지역 거주 촉진 관련법을 마련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도 지방 소멸 위기 해소를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의 세컨드 홈 취득에 대해 세제 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엔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그 대상도 늘렸다. 하지만 부산은 광역시라는 이유로 한데 뭉뚱그려 특례에서 배제가 됐다. 부산은 동구와 서구, 영도구가 인구감소지역이고 금정구와 중구가 인구감소관심지역에 해당한다. 18개 구·군 중 5곳이 인구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세밀한 분석을 통한 족집게식 세제 적용이 아쉽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