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권 최초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강서구 명지동 ‘낙동아트센터’. 정종회 기자 jjh@
하필 전국적으로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날이었다. 세찬 강바람까지 맞아 후덜덜거리면서 정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남쪽으로 난 대형 채광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꽁꽁 얼어붙은 몸을 단숨에 녹여주었다.
서부산권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 ‘낙동아트센터’는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의 서낙동강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아직은 신도시가 완전히 조성되지 않아 주변이 다소 썰렁했지만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문을 연 이후 3월까지 진행하고 있는 개관 페스티벌의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낙동아트센터 콘서트홀. 박석호 기자
낙동아트센터의 지상 3층으로 연면적만 9126㎡에 달한다. 1층엔 다목적 홀인 292석의 앙상블 극장과 강의동인 아카데미 1~2실, 접견실, 사무동, 카페테리아가 있다. 2~3층에는 낙동아트센터가 자랑하는 987석의 콘서트홀이 있다. 콘서트홀 뒤편의 숨은 공간에는 리허설룸, 출연자 대기실, 분장실, 조정실, 판넬룸, 전용 화장실, 악기보관실, 무대감독실 등이 자리잡고 있다.
낙동아트센터 측은 다른 공연장과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로 음향을 꼽았다. 백세준 무대기술계장은 “‘슈박스형’(신발 상자 모양의 직사각형) 콘서트홀이어서 균형잡힌 소리를 전달할 수 있고, 명료도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 덴마크산 너도밤나무로 제작한 바닥과 벽면의 마감재는 밀도가 높아 목재 특유의 ‘텅텅’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고 따뜻한 소리를 울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콘서트홀 무대의 뒤쪽 벽면에 설치된 공조기. 각각 다른 높이의 목재를 끼워 넣어 공조시스템에서 새어 나오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시각적으로도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박석호 기자
무대의 뒤쪽 벽면에 설치된 공조기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냉난방을 조절하는 공조기는 의외로 소음이 많아 연주자들이나 관객들을 귀를 자극한다. 이 곳의 공조기는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모두 17개다. 각각 다른 높이의 목재를 끼워 넣어 공조시스템에서 새어 나오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시각적으로도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음향에 자신 있는 만큼 낙동아트센터는 ‘녹음에 최적화된’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려 나가겠다고도 했다. 오는 3월 개관페스티벌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독일 쾰른방송오케스트라은 당초 이번 공연의 전 과정을 녹음하겠다고 했다. 다만 아직 녹음장비가 갖춰지지 않고, 인력 문제 때문에 보류했다고 한다. 낙동아트센터는 올해 약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문 녹음장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콘서트 때 음악을 듣기 좋은 ‘숨은 명당’은 어디인지 물어봤다. 백 계장은 “1층 10~11열을 가운데 좌석을 VIP석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 소리가 직접 귀에 들어오는 것 보다는 공연장 내부의 벽면이나 천장 등에 튕겨져서 오는 곳이 듣기에 좋다”면서 2층 2~3열을 추천했다.
서부산권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강서구 명지동 ‘낙동아트센터’. 정종회 기자 jjh@
앞뒤 좌석 간 간격이 540㎜로 다른 공연장에 비해 넓다. 관객이 앉아 있을 때 다른 관객이 그 앞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콘서트홀 좌석수를 1000석을 넘기고 싶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백 계장은 “2층 객석의 발코니를 앞으로 더 빼낼 경우 1200석도 가능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더욱 풍부하고 따뜻한 음향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는 규모 보다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동아트센터는 음향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사석(死席)이 없다는 것이 최적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앙상블 극장은 콘서트는 물론 연극, 발레, 무용 등이 가능한 다목적 홀이다. 무대 면적이 객석 면적 보다 20% 넓어서 다양한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21일에는 재즈 ‘빅 밴드’ 공연이 열렸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 뿐만 아니라 관악기까지 동원된 큰 공연이었고, 무대 위에서는 재즈 연주와 함께 살사·탱고 등 춤까지 출 수 있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오는 7월 3일부터 26일까지 ‘제44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한국연극협회 측은 최근 앙상블 극장을 둘러본 뒤 시설에 만족감을 나타냈고, 일부 연극을 이 곳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낙동아트센터 측은 연극제 기간 동안 20회 정도의 연극을 앙상블 극장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콘서트홀 뒤편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출연자 대기실이 5개나 마련돼 있다. 박석호 기자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낙동아트센터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출연자 대기실이다.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보니 마치 호텔 같이 편안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이었다. 지휘자 대기실을 포함해 모두 5개의 대기실이 출연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분장, 의상 정리, 휴식이 가능하고 각 대기실 마다 의류관리기까지 비치돼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낙동아트센터가 클래식 애호가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낙동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연을 즐기러 온 관객이 아니더라도 낙동아트센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낙동아트센터 3층 테라스는 서낙동강변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김일택 낙동아트센터 공연기획계장이 직접 일몰 순간의 사진을 찍었다. 낙동아트센터 제공
3층 서쪽 편에 있는 테라스는 낙동강변으로 지는 해를 지켜볼 수 있는 최적의 스팟이다. 김일택 공연기획계장은 “1층 카페테리아에서 2000원 짜리 커피 한 잔 사서 올라오시면 된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오후 5~6시쯤 시작되는 서낙동강의 일몰을 지켜보는 것은 낙동아트센터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낙동아트센터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 우아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객들이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2층에서 3층으로 연결된 계단도 우아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대형 채광창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으면서 스커트 처럼 아래로 갈수록 넓게 펼쳐지는 계단은 누구든지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낙동아트센터 측은 앞으로 이곳을 젊은 커플들의 웨딩 촬영 장소로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경사로의 흰 색 벽면에는 공연장의 역사를 소개하고 정체성을 심어가는 ‘아카이브’이자 ‘갤러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송필석 관장은 “낙동아트센터는 좋은 공연을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드리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부산시민이나 강서구민들을 위한 쉼터나 사랑방 같은 역할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