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 고환율에 벼랑 내몰린 부울경

입력 : 2026-07-08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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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부품·조선기자재·유통업까지
환율 급등 쇼크에 줄줄이 비상
부산 중소 협력사 줄폐업 우려
울산 각종 지표 이미 위험수위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9.52포인트(5.35%) 내린 7,246.79로, 코스닥 지수는 46.23포인트(5.56%) 내린 785.00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9.52포인트(5.35%) 내린 7,246.79로, 코스닥 지수는 46.23포인트(5.56%) 내린 785.00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급등이 부울경 지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환차익을 누릴 수출 대기업은 적고,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한 뒤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가 대다수다 보니 고환율의 그늘이 더 짙다.

8일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최근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부 품목 협력업체를 교체했다. A사 관계자는 “중동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에 단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원가 보전을 위해 새로운 협력업체를 계속 찾고 있지만, 고객사 승인과 성능 검증 절차 때문에 마음대로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자동차부품업체 상당수가 A사와 같은 상황이다. 이들은 철강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지만, 납품단가는 계약으로 묶여 있어 환율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환율이 오르면 직접 수출도 하는 규모가 큰 1차 벤더는 환차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에는 2·3차 벤더가 많아 원자재 부담만 떠안는 곳이 대부분이다.

자동차부품업체 B사 관계자는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나은 상황이지만 정해진 발주량과 납기일을 지켜야 하기에 마음대로 문도 못 닫고 손해만 보고있다”며 “울산과 경남 양산 등에도 작은 부품업체가 많은데, 고환율 장기화로 줄폐업이 현실화하면 부울경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기자재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원자재 구매비와 물류비까지 모두 올라 부담이 커졌다. 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월 단위 계약 대신 1년치 물량을 한꺼번에 구매하며 조금이나마 할인받는 전략을 세우기도 하지만, 재고 부담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철강 유통·제조사인 C사는 중국산 철강재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 탓에 환율 상승 직격탄을 맞았다. 매입 단가 부담이 커지자 수입 비중을 50% 수준으로 줄이고, 국내산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화학업체 D사는 국제유가가 하락 전환했음에도 산업용 유가 하락은 더뎌 원자재 비용 부담이 여전한 상태다. 의류와 섬유업체들도 부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 경기 침체로 내수 거래처의 발주 감소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각종 지표도 위험 수위다. 울산 제조업의 지난 4월 원자재구입비 부담은 4년 만에 최고치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세 번째 수준까지 치솟았다.

환율 충격은 유통 시장으로도 번졌다. 대형마트 E사에 따르면 고환율로 바나나·체리·오렌지 등 주요 수입 과일 가격이 지난해보다 약 20% 상승했다. E사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산지를 확보하며 가격 방어전에 나섰다.

벤처투자업계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유동성공급자(LP) 출자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민간 벤처캐피털(VC)와 액셀러레이터(AC)의 펀드 결성이 어려워져 결국 지역 스타트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