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개헌추진단 단장인 김태년 의원(가운데)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0일 “대통령이 개헌 의지를 여러 번 밝혔고, 야당이 제기하는 걸림돌도 명확히 정리했다”며 내년 상반기 개헌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기자화견에서 야권이 우려하는 연임 개헌에 대해 “헌법상 불가능하다.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은 만큼, 개헌 논의를 진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개헌 띄우기는 용혜인·김승원 전 장관 후보자의 잇단 낙마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 개헌추진단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임 의사가 없는데 자꾸 연임 포기를 선언하라는 이유가 마치 다른 생각이 있었다고 밝히라는 요구처럼 이상했다”며 “이제 말꼬리 잡기보다 진지한 개헌 논의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5·18(광주 민주화운동)부터 부마(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기해야 한다”며 “5·18을 문민정부의 역사적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계승자라는 국민의힘이 반대할 이유가 있는가. 5·18을 수용하고 반(反)5·18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합의하는 권력구조 개혁과 정치제도 개선, 기본사회와 사회권적 기본권이 개헌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고, 저 역시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며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개헌 논의의 걸림돌로 지적해 온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은 것이다.
개헌추진단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은 “내후년 총선과 최대한 거리를 둬서 총선 1년 전쯤 개헌을 생각한다”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합의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겠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연임 불가 선언을 개헌 논의의 전제로 삼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헌추진단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신속하게 국회 개헌 특위를 구성해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내년 3~4월까지는 합의(개헌)안이 나올 수 있도록 일정 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연임 관련 발언이 나오자마자 개헌 카드를 들고 나온 데에는 개헌이 시대적 과제라는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당정 지지율이 정부 출범 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적 요구가 높은 개헌 문제를 꺼내 지지율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민의힘이 여권발 개헌 드라이브에 올라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의 연임 언급에 대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되는데 왜 쉬운 말 놔두고 억울한 사람 코스프레 하느냐”며 “결국 나중에는 국민 결단 운운할 것 아니냐”고 재차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잘라 말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일부 중진들이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당 주도 세력은 현 정부에서의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개헌안 여야 협의를 촉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결사반대하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특검법안에 명시된 ‘공소취소권’ 조항을 없애 달라고 국회에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해당 조항을 넣은 특검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문제뿐 아니라 공소 취소 논란과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소 취소’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의 권한 가운데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과 처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논란이 된 기존 사건의 공소를 특검이 직접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는 거리를 둔 셈이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그런 형태의 파병이든 군 자산 파견이든 하지 않는다”며 “전쟁 불관여, 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동 해역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군의 활동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아덴만 인근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거론하며 “해적 등을 포함해 선박 수송로와 국민 안전 위협에 군이 대응하고 있다”며 “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전반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과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자세를 낮췄다. “지방선거 이후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언제나 국민은 옳고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섬세함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했다”며 “더 많이 소통하고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