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부산시의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부산교통공사 사장 김태호(왼쪽) 후보자와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김명수 후보자.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전재수 부산시장이 지명한 부산교통공사 사장과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후보자 모두에게 ‘부적격’ 꼬리표를 달며 공을 전 시장에게 넘겼다. 민선 9기 첫 공공기관장 인사부터 시의회가 정면으로 제동을 건 가운데, 전 시장이 시의회의 첫 ‘부적격’ 경고를 받아들일지, 임명권을 앞세워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지가 향후 부산시와 시의회의 관계 설정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8일 부산교통공사 사장 김태호 후보자와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모두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앞서 진행된 민선 9기 공공기관장 인사청문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적격 판정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이해충돌 전력과 전문성 부족, 정치권 낙하산 논란 등을 문제 삼아 두 후보자 모두 기관장으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태호 후보자에 대해서는 서울교통공사 사장 재직 당시 KT와의 소송 처리 과정이 핵심 부적격 사유로 지적됐다. 김 후보자가 20년 넘게 KT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소송을 처리하며 서울교통공사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시의회의 판단이다. 서울교통공사 퇴직 이후 철도·도시철도와 연관성이 있는 민간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임원으로 등재된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해당 업체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시의회는 업무 연관성과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자질과 책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전문성 부족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시의회는 김 후보자가 부산시설공단의 핵심 업무인 시설 관리·운영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공단의 주요 현안과 사업 영역에 대한 이해와 준비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후보자가 6·3 지방선거 당시 전재수 부산시장 선거캠프의 사무장을 맡았던 이력이 더해지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두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단에도 최종 임명권은 전 시장에게 있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이날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의 결재를 거쳐 부산시에 송부됐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결국 시의회가 두 후보자 모두에게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서 최종 선택에 따른 정치적 부담까지 전 시장이 떠안게 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자가 동시에 부적격 판정을 받은 만큼 전 시장이 적어도 한 명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를 유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대로 두 후보자 임명을 모두 강행할 경우 시의회의 인사 검증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민선 9기 출범 초기부터 부산시와 시의회 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의회 심사결과가 전달되면 내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기관 운영과 시민들의 삶에 차질이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