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그 많던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입력 : 2026-10-08 18: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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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생곡소각장 문제 놓고 지역사회 갈등
폐기물 처리 시설은 도시의 필수 기반
지역 부담 부분도 공간 계획에 담아야

도시의 하루는 수많은 물건이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것들이 버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새벽 배송의 포장재, 배달 음식의 일회용 용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버려지는 옷들, 그리고 폐자재까지 우리가 사는 동안 물건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그만큼의 쓰레기도 생겨난다. 하지만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와 쾌적한 실내는 그 뒤편에서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치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게 한다. 그 많던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쓰레기는 수거 차량에 실려 가고 재활용품은 분류된다.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폐기물은 소각하거나 매립하고 때로는 다른 지역으로 보내 처리한다. 도시의 청결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노동과 그 부담을 감당하는 장소가 있어 유지된다. 우리가 누리는 쾌적함은 쓰레기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쓰레기를 보이지 않게 하는 방식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소각시설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시설 확충은 쉽지 않다. 서울 마포구의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역시 주민 반발과 소송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시는 그동안 생곡마을 집단 이주와 연계해 새로운 자원순환 복합타운과 소각시설을 추진해 왔다. 입지 선정과 주민 이주,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 여러 행정절차도 진행됐다. 그러나 사업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서 생곡소각장 문제를 단순히 ‘소각장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생곡은 이미 오랫동안 부산의 쓰레기를 받아온 곳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다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과연 지역의 기존 부담을 고려한 결정인지, 반대로 사업을 중단했을 때 에코델타시티와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어느 한 지역의 주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행정절차가 있었다는 것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입지를 결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대안을 검토했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 제기된 우려는 계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주민의 반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시설의 건립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다. 필요한 시설이라면 왜 필요한지, 왜 그곳이어야 하는지, 그 부담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까지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도시 행정의 책임이다.

물론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확대하며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을 덜 발생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한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재활용을 확대해도 다시 자원으로 돌릴 수 없는 폐기물은 남는다. 그렇다면 발생량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남은 쓰레기를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건축과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보면 폐기물 처리 시설은 도로와 상하수도, 전력 시설처럼 도시를 유지하는 필수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다른 기반 시설과 달리 누구도 자신의 집 가까이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소각장에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이미지와 재산 가치, 오랫동안 누적된 지역의 부담이 함께 따라온다.

그렇다고 시설을 도시에서 멀리 떼어놓는 것만이 해답일 수는 없다. 거리를 둔다고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그곳의 누군가가 새로운 부담을 떠안는다. 소비의 편익은 챙기고 폐기물의 부담은 다른 곳으로 보내는 구조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들은 많은 양의 쓰레기를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겨 환경오염뿐 아니라 인권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공간적으로 멀어졌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폐기물 처리 시설도 도시의 일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건축은 보기 좋은 건물을 만드는 일만이 아니다. 그 건물이 도시의 다른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누구의 삶을 편리하게 하며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일이다. 소각장도 마찬가지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그 지역이 감당해 온 부담을 어떻게 기억하고 보상할 것인지까지 공간의 계획에 담아야 한다. 깨끗한 도시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도시가 아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그 처리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까지 고민하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