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등산도 해요" 전국 1위 안나프루나급 경사 동의대
입력 : 2013-11-15 14:17:39 수정 : 2013-11-15 14:21:06
동의대학교 경사. 맨 왼쪽사진 출처-대학내일 전국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대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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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경사. 맨 왼쪽사진 출처-대학내일 페이스북 |
'대학내일'에 따르면 전국 대학 중 경사가 심한 학교 순위에서 부산 동의대학교가 1위를 차지했다. '부산 3대 바보' 중 하나가 '동의대에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동의대는 경사가 심하다. 이 대학에 다니는 유진아(21·여) 씨는 "우리학교 여대생들은 다리에 알이 단단히 박혔을 것이다. 내 다리만 봐도 그렇다"며 자신의 종아리를 가리켰다.
캠퍼스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은 거의 볼 수 없다. 대신 오토바이로 등·하교 하는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각선미를 돋보이게 하는 하이힐. 하지만 동의대 여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내리막길에서는 10cm의 굽이 마치 20cm라도 되는 것 같다. 이를 감수하고 하이힐을 신는 여학생들도 있지만 급경사와 싸울 생각에 아예 힐을 가방 속에 넣게 된다.
■ 학교에 등산로와 절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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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안국사. 오른쪽-동의대 구관 기숙사 주변에서 바라본 풍경 |
동의대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아침·저녁으로 등산복을 입은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함께 학교로 올라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학교 내부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해발 504m의 엄광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연결된다. 또 사찰인 안국사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 중 교수님과 함께 등산을 즐기기도 한다.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제1효민생활관 구관 기숙사다. 이 건물은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안국사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처음 오는 사람들은 놀라곤 한다. 기숙사만 올라와 봐도 학교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올라가긴 힘들지만 이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최고다. 야경은 여느 부산 명소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캠퍼스 커플이라면 한 번쯤 데이트 장소로 애용하기도 한다.
■ 눈 내리면 스키장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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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 동의대 캠퍼스 풍경 |
겨울이면 캠퍼스는 스키·눈썰매장으로 변신한다. 눈이 조금이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셔틀버스 운행도 중단돼 종종 걸음으로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썰매 타듯 엉덩방아를 찧거나, 미끄러져 내려가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눈이 거의 안 내리는 부산의 시민들에게 눈은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다. 그러나 동의대 학생들은 노노노. 눈이 많이 쌓인 캠퍼스가 두렵기만 하다.
갑자기 눈이 내릴 때면 오토바이에서 내린 배달원들이 철가방을 손에 들고 다니는 기이한 현상도 목격할 수 있다.
■ "괜찮아" 셔틀버스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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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셔틀버스 |
학생들은 급경사에 대해 "괜찮다"고 말한다. 셔틀버스 덕분이다. 캠퍼스에는 6, 6-1번 학교 셔틀버스와 9번 마을버스가 매일 운행한다. 학교 정문뿐만아니라 캠퍼스 근처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까지 운행해 학생들의 등·하교를 돕는다.
학교 셔틀버스는 무료로 승차 가능하다. 9번 마을버스는 유료로 운행하지만 자대로터리와 구관 기숙사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버스 운행시간은 잘 확인해 둬야한다. 막차가 끊기면 달밤의 등산을 하는 수가 있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 최현정(21·여)씨는 "버스가 끊기면 그냥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다.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교내 도로에 정차한 버스들을 보면 하나같이 비스듬이 기울어져 있다. 경사를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멀티미디어부 대학생인턴 김주리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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