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외주 스태프들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7) 씨가 전 소속사에 약 3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1부(김제욱 강경표 이경훈 부장판사)는 강 씨의 옛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이하 젤리피쉬)가 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소속사가 패소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강 씨는 2019년 7월 자신의 집에서 드라마 '조선생존기' 스태프들과 회식을 하던 중 외주 스태프 1명을 강제추행하고 다른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2020년 대법원은 "준강제추행 피해자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 당시 피고인의 행동,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강 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사건으로 강 씨는 총 20부작으로 예정된 조선생존기에서 12부 만에 하차했고 나머지 촬영분은 다른 배우가 대신 촬영했다. 그러자 드라마 제작사는 강 씨와 젤리피쉬를 상대로 63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고, 2022년 대법원은 강 씨와 젤리피쉬가 제작사에 53억8000만원을 공동으로 물어내라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 재판부는 강 씨가 드라마 제작사에서 받은 출연료 총 15억여원 가운데 8회분에 해당하는 6억1000여만원, 드라마 제작 전 맺은 계약에 따른 위약금 30억5000여만원, 강 씨의 하차로 제작사가 드라마 판권 판매에서 입은 손해 16억8000여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젤리피쉬는 다시 강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스태프 성폭행' 사건은 강 씨와 젤리피쉬 간 계약 만료 뒤 발생해 강 씨가 전속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젤리피쉬는 강 씨의 잘못으로 젤리피쉬가 드라마 제작사에 34억8000만원을 배상했다며 청구 취지를 보강해 이에 대한 구상금을 함께 청구했고, 2심은 이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전속계약에서 강 씨 귀책 사유로 소속사가 제삼자에게 배상한 경우 강 씨 수입에서 그 비용을 우선 공제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춰 젤리피쉬가 배상한 돈 전부를 강 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강 씨의) 범행은 사적 영역에서 강 씨의 행위로 발생했고 당시 소속사가 강 씨 주거지에서 야간에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처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