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본사 부산 유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시는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진에어가 김포, 인천공항 기반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부산 유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조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신규 기업 이미지(CI) 발표를 겸해 열린 국내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기본적으로 분리매각은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에어부산 직원도 우리의 한 가족”이라며 “진에어가 에어부산이 지금까지 부산에서 해 온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계획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도 “분리매각은 처음부터 무리한 주장이었다”면서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공항기획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어렵다고 판단해 통합 LCC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고위급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우리 요구사항은 에어부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LCC가 통합된다면 본사는 부산으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부산 시민의 자산”이라면서 “통합 본사 유치에 대해선 산업은행, 국토교통부, 대한항공 모두 아직 예단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과 통합 LCC 본사가 모두 인천에 있는 것이 과연 유리할 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추진하던 부산시가 통합 LCC 본사 유치로 방향을 전환한 데 대해선 ‘전략적 실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시는 박형준 시장이 직접 산업은행장을 만나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공식 요청하는 등 그동안 분리매각을 ‘1순위’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박 시장은 2023년 12월에는 강석훈 당시 산은 회장에게 에어부산 분리매각 협조 요청문을 전달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해 연말부터 통합 LCC 본사 유치로 방향을 전환했고 대한항공까지 분리매각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특히 대한항공 의향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부산 유치 가능성을 점치기도 어렵다. 조 회장은 2022년 외신 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통합 LCC의 허브가 되는 인천을 중심으로 운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부산에 대해선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세컨드 허브’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이 통합 LCC의 ‘법인 소재지’를 부산으로 결정해도 ‘지역 거점 항공사’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통합 LCC가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거점 항공사는 거점 공항 국제선 노선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지만 대한항공 계열의 통합 LCC는 인천공항 노선이 많아 부산에서 국제선을 확충할 유인이 없다”면서 “통합 LCC를 유치해도 ‘껍데기’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진에어는 최근 정비 인력 신규 채용을 대규모로 진행하면서 ‘근무지’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으로 적시했다. LCC 정비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집중될 경우 가덕신공항은 ‘모항’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목소리를 높여 온 시민들은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합병을 정부가 승인해 준 것인데 이제 와서 정부가 ‘사기업의 일’이라며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글로벌 허브도시로 부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점 항공사 유치는 필수”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