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를 당하고도 자신의 무면허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지인을 피해자로 내세운 7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2단독 사공민 부장판사는 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난 50대 여성 B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A 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운전한 척 허위 진술한 60대 남성 C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2023년 8월 밤 울산 한 도로에서 B 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91%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좌회전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와 A 씨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치 3주 타박상을 입었으며, A 씨 차량 뒤 범퍼가 파손됐다.
당시 무면허 상태였던 A 씨는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도 무면허로 처벌받을 것이 걱정돼 지인 C 씨에게 “대신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C 씨는 지난해 1월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사고를 낸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소변을 보려고 사고 현장을 이탈했을 뿐 도주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리라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주차한 점, 주차 직후 피해자와 잠시 얘기하다가 곧바로 자리를 이탈할 점, 출동한 경찰관이 인근에 숨어 있던 B 씨를 발견한 점 등을 이유로 B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는) 면허 취소 상태에서 운전하고 거짓 진술을 교사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B 씨 역시 도주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오토바이 운전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