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한국 경제 특유의 고질병인 ‘부동산 쏠림’ 현상 해소를 위해 주식으로 대표되는 대체 투자 수단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당국의 초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과 관련해 “주택·부동산 문제 때문에 약간의 혼선, 혼란들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부동산 중심의 투자 구조를 개편하고 주식시장으로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부동산 정책에 ‘전략적 침묵’을 유지 중인 이 대통령이 내놓을 집값 정책에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투자가 투기 수단에 이르러 주거 불안정을 불렀다고 지적하며 ‘대체 투자 수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자꾸 주택이 투자 수단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며 “최근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을 주식 등 대체 투자처로 유도해 집값 안정화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돈이 주식을 비롯한 다방면의 투자처로 분산되고, 이는 곧 집값 안정과 국내 기업 육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문제를 해소와도 밀접해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배당 촉진과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가지수 5000 시대를 활짝 열어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정부 요직에 발탁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AI 드라이브에도 집중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기업과 시장에 친화적인 행보를 반복한 것도 이 같은 구상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기보단 신중한 태도를 이어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곧 민생과 직결되는 만큼, 세금 규제 중심이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전략적 침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으로 출범 초반부터 발목을 잡혀 온 만큼 이재명 정부는 이같은 리스크를 차단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신중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이 서울 등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에 대통령실이 거리를 뒀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앞서 “대통령실 정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가 이날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은 이재명 정부 1호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봉쇄와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아 갭 투자를 차단하도록 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단기간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동산 공급이 따르지 않는다면 집값 상승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상태로는 대출 규제에 따른 어떤 흐름이 나타나는가를 지켜보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 상황과 여러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급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공급망에 대한 검토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세제 개편을 당장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대답이 쉽지 않다”며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후보 시절부터 여러 번 강조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국회 권력을 존중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력을 위임받은 기관”이라며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가시면 그 직접 선출된 권력에 대해 존중감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선출권력은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기초·광역의원으로 구성된다”며 “아무리 우리(국무위원 등 행정부)가 외형적으로 높은 자리, 높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임명된 권력은 선출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