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0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아 공식 상영작 ‘극장의 시간들’을 관람했다. 현직 대통령 부부가 영화제 현장에서 일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영화·영상 산업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드러낸 행보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영화·영상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20일 설명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영화의전당에서 이종필·윤가은 감독, 배우 김대명·고아성과 인사를 나눈 뒤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극장의 시간들’은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62분짜리 앤솔로지 영화다. 이종필 감독의 ‘침팬지’와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를 엮었다. 극장과 관객, 영화 만들기의 의미를 묻는 내용으로, 이번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이 대통령 내외는 상영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도 끝까지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두 감독에게 제작 동기와 제작비 규모 등을 직접 물은 뒤 “영화는 일종의 종합 예술이자 하나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 제작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는데, 정부도 영화 산업이 근본부터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관심을 갖겠다.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을 축하하고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땀과 열정이 배어 있는 영화를 감독, 배우들과 함께 보니 가슴이 떨린다”고 영화 관람 소감을 전했다.
현직 대통령의 BIFF 영화 관람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제22회 영화제에서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김정숙 여사를 동반하지 않았다.
대통령 내외와 함께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과 동향이라고 밝힌 김 모(30) 씨는 “윤가은 감독을 좋아하는데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보러 왔다”며 “대통령도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선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좋아하는 감독님의 영화를 대통령과 함께 보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단순한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직접 위기의 한국영화를 다룬 작품을 보러 부산까지 온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번 방문은 이 대통령의 영화 산업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로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수상에 실패했을 때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며 “정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격려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도 영화 분야 예산을 전년보다 669억 원 늘린 1498억 원으로 확정했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대통령과 여사가 함께해 영화인과 관객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인의 축제이자 한국 영화 산업 도약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올해는 BIFF 3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라며 “대통령 내외의 영화제 참석은 우리 영화 산업과 영화인들을 향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