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출·고령화… 흔들리는 ‘부산 자영업 생태계’

입력 : 2025-09-23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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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변화에 소비 기반 ‘위태’
고용 완충재 역 자영업 위기
한국은행 부울경본부 세미나
부산 청년 인구 비중 21.1%
“자영업 수요·공급 모두 악화”
고령층 필수재 중심 소비 성향
고령화 자영업 역동성에 영향
“자영업 정책 질적 전환 필요”

청년 감소, 고령화 등으로 부산 지역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부산 남포동 일대 공실이 즐비한 상가들. 부산일보DB 청년 감소, 고령화 등으로 부산 지역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부산 남포동 일대 공실이 즐비한 상가들. 부산일보DB

심각한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그동안 부산을 ‘먹여 살려 온’ 자영업 생태계 구조까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주로 필수재 소비, 청년층은 외식·교육·오락·문화 관련 소비의 비중이 높은데 고령층 증가, 청년층 감소로 자영업 업종 구성과 소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고용 완충재 역할을 하며 부산 경제를 떠받쳐온 자영업이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하방 압력에 직면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 떠받쳐온 자영업 생태계 ‘휘청’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1년 3개월간 카페를 운영해 온 A 씨는 최근 폐업을 결정하고 카페 집기류를 당근 앱에 올려 현금화를 하고 있다. 권리금을 받는다는 것도 옛말, 정부 폐업 지원금을 받아도 철거 후 가게 문을 닫는 데에 비용이 더 든다고 하니 다음 임차인이 나타나 보증금이라도 돌려받기를 고대하고 있다.

부산 3개 지역에서 돼지국밥집 3곳을 운영하던 B 씨는 2곳을 폐업하고 1곳만 운영하기로 했고,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빈티지 가게를 운영해온 C 씨도 버티다 못해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초등학생 상대 영어학원을 운영해 오던 D 씨도 프렌차이즈 대형 학원의 압박과 학생 감소에 최근 문을 닫았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E 씨도 내년도 점포 재계약을 앞두고 5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청년층은 줄고 고령층은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구조 변화로 자영업 소비와 공급 패턴이 확연히 바뀌면서 자영업 생태계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고령층은 필수재 소비, 자영업엔 고비

한국은행 부산·울산·경남본부는 23일 오후 ‘지속가능한 지역균형발전의 길: 부울경의 인구·산업 이슈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부산 남구 아바니호텔에서 2025 한국은행 부울경 본부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제자로 나선 안군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고령화, 청년 유출, 소비 위축, 최저임금 인상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자영업 생태계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부산은 특히 이러한 문제들이 집중된 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순유출로 자영업의 수요와 공급 양면이 악화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실제 지난해 기준 부산의 고령인구 비중은 23.9%로 전국 평균을 4%포인트(P) 가까이 웃돈 반면, 청년(15~34세) 비중은 21.1%로 전국 평균보다 1.8%P 낮았다. 부산 청년층의 순이동은 2010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순유출을 기록해 지난해에는 6662명이 순유출됐다.

고령층의 지속적인 증가는 필수재 중심의 소비 성향을 보여 자영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의 전체 소비 지출 대비 식료품 소비 비중은 19.9%로, 39세 이하 가구의 약 2배에 이른다. 반면, 음식·숙박, 교육 등에서는 청년층의 소비 비출 비중이 고령층에 비해 1.5~3.6배로 확연히 높다. 실제 부산은 음식·숙박업 등의 폐업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식료품, 주거, 보건 분야는 비중 확대가 예상되지만 교육, 문화, 외식, 숙박 등 선택적 소비 항목은 비중 감소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기존 자영업자들의 업종 전환 필요성을 시사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 생태계 구조 전환 시급”

공급 측면에서도 자영업자 중 고령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최근 10년 만에 배 이상 증가했다. 부산의 경우 2010년 65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6.97%였던 데 반면, 2020년에는 14.22%로 배 이상 늘어났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안 연구위원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나 무급 가족 종사자는 감소하고 단독형 영세 자영업의 비중이 높아져 자영업이 생계형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는 업종 다양성 저하와 소득 불균형 심화 등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고령화가 단지 자영업자 수의 감소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제 활동의 유입(개업)과 비효율적인 활동의 퇴출(폐업)이라는 자연스러운 순환과 역동성을 떨어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최근 10년간 부산 지역 자영업은 개업보다 폐업이 많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부산의 자영업 개업률은 17.1%, 폐업률은 21.3%로 나타났다. 안 연구위원은 “고령화는 창업 의지와 수요 측면 모두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진입도 퇴출도 낮은 정체된 시장 구조를 만들고, 자영업의 축소로 이어진다”며 “자영업 정책은 단순 창업 장려가 아닌 질적 전환, 연착륙 지원, 산업 고도화와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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