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에서 같은 방 재소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20대 남성(부산일보 9월 9일 자 10면 등 보도)이 당시 수용복 하의와 수건으로 눈이 가려진 채 신체 곳곳을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구치소 측은 사건 전 보안 인력이 순찰을 돈 지 40여 분이 지난 시점에야 재소자가 쓰러진 모습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소자가 폭행으로 숨지는 이례적 사건이 일어난 데다 주말 구치소 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전반적인 교정 행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대구지방교정청 등 교정 당국은 지난 7일 부산구치소에서 20대 재소자 A 씨가 눈이 가려진 채 복부, 목, 허벅지 등을 맞아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직전 A 씨는 앉아서 졸고 있었고, 같은 방에 있던 재소자들이 A 씨 눈을 수용복 바지와 수건으로 가린 뒤 폭행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5인실에 수감된 A 씨는 사건 당일 재소자 3명에게 폭행 당했고, 다른 수감자 1명은 망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A 씨가 졸고 있을 때 눈을 가린 채 집단 폭행을 한 건 사실상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히려 감시가 없는 틈을 타 A 씨를 수시로 폭행했을 것이란 의혹에 힘이 실린다. 앞서 A 씨 아버지는 “사건 이틀 전인 지난 5일 아들을 접견했을 때 이마에 상처 등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A 씨 사건으로 보안과 의료 등 전반적인 교정 행정에 구멍이 뚫린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교정 당국은 구치소 측이 사건 직전 마지막 순찰을 돈 지 40여 분 만에 A 씨가 쓰러진 모습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안 인력이 이날 오후 2시 30분께 A 씨가 수감된 방을 확인했고, 담당 근무자가 오후 3시 12분에 쓰러진 A 씨를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상황을 두고는 한동안 진술이 엇갈렸다. 처음에는 “누군가 소리를 쳐서 담당 직원이 확인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부산구치소 측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담당 근무자가 거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군가 소리를 치지 않았다 해도 소란스럽지 않았다면 쓰러진 A 씨를 더욱 늦게 발견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 A 씨를 발견한 담당자가 응급 상황을 알린 후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지만, 일요일인 이날 구치소에는 정작 의무관이 1명도 없었다. 주말을 맞아 의무관 1명만 재택 근무 중이었고, 간호사 1명과 교정직 직원 1명 등 의료 직원 2명만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명이 근무하는 평일에 비해 주말 의료 직원 수는 극소수인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주말에 취약한 문제는 일단 인력과 예산 확충으로 풀어야 한다”면서도 “유사한 사건을 예방하려면 교도관들이 감시가 취약한 시간대나 사각지대 등을 더욱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구치소 과밀 문제 등을 해소하고, 최신 설비와 시스템을 갖춰 모니터링과 경보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