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이전만 막으면 된다”… ‘의리’ 없는 창원 스포츠 예산

입력 : 2025-12-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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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지 이전 압박한 NC에는
내년 연간 광고 등 25억 ‘펑펑’
창단 이후 28년 의리 지킨 LG
예년과 동일한 1억 5000만 원
창원시 "관중 동원력 고려해야"

LG 세이커스 팬들이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LG 세이커스 제공 LG 세이커스 팬들이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LG 세이커스 제공

경남 창원시가 내년도 프로스포츠 연고 구단에 지원하는 예산이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연고지 이전을 철회하지 않은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지원 예산은 폭증했지만, 창단 후 한 번도 연고지를 바꾸지 않은 프로농구 LG 세이커스는 찬밥 신세가 됐다.

창원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NC다이노스에 지원되는 예산은 25억 5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창원NC파크 등 시설 관리(11억 5500만 원) △연간 티켓 구매(1억 3900만 원) △연간 광고(5억 5000만 원) △비시즌 NC파크 활용 프로그램(3억 원) 등 10개 항목이다. 대부분이 내년부터 새로 편성되는 예산이다.

이는 NC의 연고지 이전 압박에 놀란 창원시가 ‘20년간 1346억 원을 지원하겠다’라고 발표한 계획안의 후속 조치다. NC는 지난 3월 경기 도중 17m 높이에 있던 구조물이 떨어져 관중 1명이 숨진 사고 이후 창원시와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다 돌연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창원시 입장에서는 급한 불을 껐지만 동시에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됐다. 바로 프로농구 연고 구단인 LG 세이커스와의 형평성 문제다.

당장 내년도 예산 지원 규모만 놓고 봐도 LG는 NC의 17분의 1 수준이다. 창원시의 예산안에서 LG에게 할당된 건 구단 운영비를 보조하는 1억 5000만 원이 전부다. 그나마 예년과 동일한 규모로 새로 증액되거나 신설된 예산은 전무하다.


LG는 1997년 창원시를 연고로 창단하면서 여태 연고지를 바꾸지 않은 ‘의리 구단’이다. 무정한 프로농구판에서도 유일하게 연고지를 옮기지 않은 팀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창원의 농구 팬은 창원시의 홀대에 울분을 삼킨다.

창원시는 이를 의식해 창원실내체육관 개보수 예산으로 16억 원을 마련하긴 했다. LG의 전용구장은 아니지만 편의시설 개선을 염두에 둔 안배라는 게 창원시의 설명이다.

예산 대부분인 15억 원은 국제농구협회(FIBA) 규정 미달인 전광판 교체에 사용된다. 현재 창원실내체육관 전광판은 경기 출전 선수 12명의 이름을 모두 송출하지 못해 경기 중인 선수 5명의 이름만 나오는 수준이다. 나머지 1억 원은 화장실 리모델링 용역비다.

극도로 편향된 종목 간 예산 불균형에 창원시는 프로구단 지원금은 종목별 관중 유입 규모와 연간 경기 횟수 등을 검토해 분배했다고 해명했다. 창원시 야구와 농구의 홈경기 평균 관중 수는 각각 1만 명과 3500명 수준이다. 정규시즌 경기 수는 야구 144번, 농구 54번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에 대한 지원 예산을 단순히 1대 1로 비교하기엔 여러 상황이나 규모가 다른 면이 있다”라면서 “시설 개선 등 LG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올해 반영하기도 했고 계속해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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