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수정동 수정전통시장 경주상회에 고양이 ‘호돌이’가 앉아 있다.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 사이에서 터줏대감처럼 사랑받으며 시장 분위기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수부 이전이 시장에 활력을 더했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죠. 우리 상인들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살아남습니다.”
부산 동구 수정동 언덕 아래 자리한 수정전통시장. 점포 87개 규모의 작은 시장 안에서는 최근 ‘변화’를 둘러싼 고민이 한창이다. 75년 역사를 가진 오래된 전통시장이지만, 소비 방식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속에 과거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크다.
수정전통시장 백형진 상인회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장바구니 끌고 장 보러 오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며 “상인들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해야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손님도 “어서 오이소!”
시장 상인들은 변화한 소비패턴에 맞춰 조금씩 전략을 바꾸고 있다. 서울 광장시장 견학에서 발견한 ‘1인분 생선 판매’ 방식은 시장도 변화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갈치 한 토막, 고등어 한 토막씩 소량으로 묶어 판매해 혼자 사는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장을 보는 모습을 보며 상인들은 돌파구를 찾았다.
현재 시장 안에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량 판매 점포들이 눈에 띈다. 거제상회를 운영하는 임현섭 씨는 채소를 1000~2000원 단위로 나눠 판다. 임 씨는 “일이 많더라도 1인분씩 맞춰 판매하니 손님들 반응도 좋아 앞으로도 계속 소분해 판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기름 가게도 달라지고 있다. 의령상회를 운영하는 윤태수 씨는 참기름 볶는 정도를 단계별로 나눠 판매한다. 커피 원두처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윤 씨는 “전통시장도 이제는 기다리는 장사가 아니라 스스로 고객을 찾아가는 시대”라며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고 구매 고객에게 손편지를 써 주며 단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이전으로 '활기'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도 시장에는 긍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해수부 직원들과 민원인들의 발길이 조금씩 이어지며 일부 점포는 매출 증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도 이전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새로운 소비층과 함께 청년 상인 유입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돈카츠 가게 원호당을 연 30대 구원호 씨는 “동구 출신이라 시장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데다 해수부 이전 이후 유동 인구가 늘어날 것 같아 이곳에 터를 잡았다”며 “실제 점심 장사가 잘되는 데다 주변 상인들도 어려움이 있을 때 많이 도와줘 청년들이 자리 잡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시설보다 중요한 건 변화”
상인들의 노력과 주변 상권 활성화로 시장이 변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더디다는 한계점도 있다. 특히 고령 상인 비중이 높은 전통시장 특성상 새로운 판매 방식이나 온라인 홍보, 마케팅 전략 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정시장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플레이스 운영, 상인 교육, 간판 개선사업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상인 참여를 이끌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다.
백 회장은 “정부 지원으로 시설은 좋아졌지만, 시장 상인들의 인식이 변해야 진짜 새로운 모습의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전통시장에 정말 필요한 건 시장별 장단점을 분석하고 마케팅 방향을 함께 고민해 줄 전문 인력”이라고 밝혔다.
※'골목시장, 다시 장날' 프로젝트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합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