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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책 <두모포왜관 수사록>은 조선왕조실록의 짧은 기록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소설입니다.
지금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두모포’가 어디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사람이 태반일겁니다. 두모포는 지금의 고관입구 주변으로 임진왜란 이후 왜관이 설치됐었다고 합니다. 무역 행위가 일어나고, 일본인 거류지와 함게 왜의 사신이 묶는 공관도 있었다고 하지요.
이 책을 쓴 배길남 작가가 바탕을 둔 실제 사건은 실록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합니다. '왜관을 통해 약 7만 냥을 증식한 동래상인 임소는 참형을 앞두고도 보석을 신청하는 대범함을 보였으나, 인조 1년 한성까지 끌려가 공개처형 당했다.'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배 작가는, 역시 부산일보가 그해 기획한 ‘소설로 푼 부산 설화’에서 이 임소의 참형 사건을 실마리로 원고지 25매 분량의 짧은 이야기를 게재했습니다. 이후 지난 12년 동안 인물을 가다듬고, 이야기에 살을 붙이며 쓰다 멈추고, 생업을 일구다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해왔다고 소개합니다. 약 400년 전 부산을 살았던 인물들이 마치 지금 우리 곁의 이웃으로 숨쉬는 듯 생생하게 에피소드와 감정을 이끌어 냅니다. 배 작가는 “이제 우연히 저에게 날아왔던 씨안을 어느 정도 키워낸 것 같다”고 안도하는 듯합니다.
부여잡은 이야기 하나를 키우고 벼리기를 반복한 12년 세월, 생활인이기도 한 젊은 작가의 고충을 멀리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노작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소망합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작가가 지역의 역사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소설을 펴냈다는 점 하나만 해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충분한 근거는 될 테니까요. 우리 지역 억양의 말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읽는 재미도 꽤 크다고 하네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오래전부터 국제도시였던 부산의 진면목을 알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합니다. 2030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는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마침 부산영상위원회와 수자원공사가 에코델타시티에 대형 야외 영화세트까지 만든다고 하니 왜관을 복원해 촬영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도 그만이겠습니다.
한편,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박동영 대우증권 부사장이 최종 후보 발표(2월 27일)도 나기 전인 이달 8~9일 HUG 임원들을 서울로 불러 업무보고를 듣고 인사 지시까지 했다는 보도가 났지만, 감독기관인 국토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답니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부가 공정한 인사를 촉구하고, 후보 박탈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력한 집회와 시위 등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또 다른 금융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에도 윤석열 대통령 선거운동 캠프 출신 인사 낙하산 설이 커지는 상황이고 보면 공공기관장 임명에 지역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국토부는 이날 마침 건설 현장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 단속 의지를 밝히면서 ‘채용 강요’도 사례로 들었습니다. 지역 공공기관 임에도 지역 여론은 전혀 듣지 않고 찍어 내리는 정부의 행태는 ‘채용 강요’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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