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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순환하는 4계절, 그중에서도 매년 봄을 깨우는 존재가 있다. 봄비, 봄꽃, 그리고 3월의 첫날인 ‘삼일절’. 너무 익숙해 지나치기 쉬운, 어느덧 100주년을 훌쩍 넘긴 국경일을 맞아 가까운 우리동네로 역사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부산의 근현대사가 켜켜이 쌓인 원도심에 가면, 항일·독립운동에 얽힌 이야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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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는 부산지역 3·1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 3번 출구를 나서면 지역의 항일정신이 서린 장소를 연결하는 ‘부산포 개항가도’가 나타난다. 바닥과 벽면의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골목을 오르면 붉은 벽돌과 검은 기와의 서양식 건물이 등장한다. 호주 선교사들이 설립한 부산·경남지역 최초 근대여성교육기관인 ‘부산진일신여학교’(일신여학교)다. 1895년 좌천동 한 초가집에서 개교한 일신여학교는 1909년 서양식 건물을 신축해 이전했다.
일신여학교는 외벽 벽돌과 내부 목조의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큰 의미는 삼일절과 관련 있다. 교사 주정애 등과 학생들이 중심이 돼 부산에서 가장 먼저 3·1 운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일절의 함성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던 1919년 3월 11일 오후 9시께 몰래 만들어 둔 태극기를 손에 들고 좌천동 거리로 나섰다. 행인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결국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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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좌천동 일대는 3·1 운동보다 300여 년 앞서 왜군과 맞서 싸운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부산진일신여학교에서 조금만 아래로 걸음을 옮기면 나타나는 ‘정공단’이 바로 역사의 현장이다. 정공단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첫 전투지인 부산진성에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충장공 정발 장군과 당시 전사자들을 기리는 제단이다. 사방이 주택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생경한데, 돌계단을 오르면서부터 엄숙한 분위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외삼문에 이어 내삼문으로 들어서면 정면 제단의 정중앙에 붉은 글씨로 새긴 정발 장군의 비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에는 장군의 막료인 이정헌, 동쪽에는 열녀 애향, 남쪽에는 여러 군민을 모신 비석이 있다. 한 칸 아래 단에는 노비 용월의 비도 눈에 띈다. 영조 42년(1766) 옛 부산진성 남문터에 세운 정공단은 일제강점기 때 폐쇄됐다 광복 이후 다시 만들어졌다. 2009년 옛 비석을 뒤편 땅에 묻으면서 제단을 새롭게 정비했고, 지금은 (사)정공단보존회에서 관리하며 매년 음력 4월 14일 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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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좌천역에서 부산역 방면으로 두 정거장, 초량역을 나서면 일제강점기의 또 다른 아픔을 만날 수 있다. 도로를 등지고 앉아 일본영사관을 바라보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그 주인공이다. 소녀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의미심장한 상징이 곳곳에 담겨 있다. 댕기머리가 아니라 뜯겨 나간 단발 머리칼은 부모·고향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왼쪽 어깨 위 새는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생존 할머니를 연결한다. 소녀상 뒤편으로 드리운 그림자는 할머니 윤곽을 하고 있다. 그림자 가슴에 박힌 하얀 나비는 고인이 된 할머니들이 나비로 환생해 자유와 평화를 누렸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다.
동구와 바로 맞닿은 중구에도 아픈 역사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최근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리모델링을 마치고 시범운영 중인 대청동 옛 부산미문화원 건물은 일제강점기 시절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토지와 자원을 수탈하는 거점이었다. 건물 2층에서는 1929년 건립 이후 동양척식주식회사 시절부터 부산미문화원, 부산아메리카센터, 부산근대역사관까지 건물 용도와 건축 구조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리모델링 과정에서 1~2층 사이 일부 천장(바닥)을 허물고, 곳곳에 열람실을 마련해 한층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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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과 디지털 시대의 격랑으로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을 매개로 한 문화 골목이자, 부산 문화의 상징이다.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와 대구 헌책방 골목 등 전국의 유서 깊은 책방 골목들은 재개발과 온라인 서점, 디지털 북의 등장에 맥을 못 추고 스러져 가고 있지만, 부산의 책방골목은 개발과 보존의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됐다. 동행의 마중물이 된 건 다음 달 문을 여는 복합문화공간 ‘아테네 학당’(부산 중구 대청로 6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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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피어오르는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그곳 규슈국립박물관에서 1월 24일~3월 19일 개최 중인 <가야(加耶)> 특별전을 행사 주최 측의 하나인 서일본신문사의 지원으로 취재했다. 273점을 ‘가야의 흥망’과 ‘도래인’ 2부로 구성해 선보이는 특별전은 몇 가지 주목할 만했다. 첫째 특별전 이름으로 ‘임나’ ‘가라’가 아니라 우리 정사인 <삼국사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加耶’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는 한일 간 가야사 연구 공감대가 확보돼 온 그간의 과정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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