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근로조건 개선을 상징한 빵, 참정권 부여를 상징한 장미를 요구하며 광장으로 나섰던 115년 전 미국 뉴욕 여성 노동자들의 정신을 기리며 요즘도 여성의날에는 빵과 장미를 상징적으로 여성들에게 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에 비해 차별 당하는 여성이라는 단순 구조 아래에, 우리나라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중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부산여성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부산의 90년대생 여성 노동자들의 대학교 재학·졸업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12%포인트나 높았는데, 월 250만 원 미만 저임금을 받는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10.9%P 높았습니다. 전국 평균보다 고학력·저임금 여성 노동자가 많은 이유가 뭘까요? 부산여성회는 대부분 서비스직 위주인 90년대생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니 결혼이나 저축은커녕 취미생활을 할 여유도 없다는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서울을 계란 노른자, 경기도를 흰자로 표현한 적 있습니다. 장시간 출퇴근에 시달려야 하는 경기도민의 애환이 담긴 표현이었는데, 기껏 대학까지 나와도 저임금 비정규 노동에 허덕여야 하는 비수도권 여성 노동자에겐 그 ‘흰자’마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지경입니다. 설문 중에는 가부장적인 기업 조직 문화를 지적한 답변도 있었다고 하니, 이것은 이중 삼중의 차별인 겁니다.
이러니 최근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의 이면이 조금은 읽힙니다. 국무조정실의 19세부터 34세 사이 여성 1만 5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출산 의향이 없다는 답이 절반에 이르렀다는 답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각에서 말하는 ‘출산파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인간으로서의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는 냉혹한 시각을 새겨 사회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돈으로 유혹하는 출산정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숱한 과거의 정책이 보여줍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으로 촉발된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는 한편에선 일제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국내 기업 출연금으로 하기로 했다는 정부 결정과, 주당 근로시간을 대폭 늘려 탄력근무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리원전 내 핵폐기물 건식 저장시설 건립을 강행하는 한수원의 부산시의회 설명회는 시민단체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이름값 하듯이 가마솥처럼 여론 시장도 뜨거운 부산(釜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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