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롬나드 플랑테,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 서울역 고가(서울로7017). 이들의 공통점은 고가도로나 철로가 그 기능을 다했지만 철거하지 않고, 보행자 전용 녹지축으로 재생한 사례입니다. 프롬나드 플랑테(1993년 완성) 는 4.7km, 하이라인 파크(2009년 개장)은 2.3km, 서울로7017(2017년 개장)은 1.0km 정도 길이를 차지합니다.
최근 민자사업자가 선정되면서 본격화된 사상~해운대 대심도 지하 고속도로 공사로 거의 같은 노선의 동서고가로 존폐 논의도 달아오르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은 동서고가로가 지역을 단절시키는 주범으로 꼽혔고, 소음 분진 진동 등의 피해를 입은 주변 주민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로 철거 논의 일변도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폐쇄 위기 고가로를 도심의 부족한 녹지 공간으로 활용해 관광객과 시민을 끌어 모은 해외와 서울 사례가 알려지면서 다른 관점에서의 검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암고가로에서 감전IC까지 14.04km인 전체 고가로 중 일부 구간을 보행자 전용 녹지 공간으로 살리자는 겁니다. 환경단체가 처음 하는 주장이 아니라, 부산시의 ‘2040 공원녹지계획’에도 동서고가로 일부 공원화가 포함돼 있다네요.
환경단체 주축으로 ‘부산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을 발족하고, 오는 30일 오후 2시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첫 공개 세미나도 개최한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세미나를 참관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프롬나드 플랑테나 하이라인 파크, 서울로7017은 이미 그 도시를 상징하는 보행로이자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절과 침체를 극복하는 방법이 오로지 철거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봅니다. 오히려 세미나 주최 측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 발상의 전환을 도모한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굳이 세계적 명소까지는 아니어도, 소음·분진·진동에 30년간 시달린 고가로 주변 시민들이 마음껏 올라 변화하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리고 ,아래 마을 풍경을 감상할 녹지·공원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목적지 가는 데 신호등을 몇 번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지상구간과 달리 마음껏 걷고 싶은 만큼 멈추지 않고 걸을 수 있는 하늘숲길이 생기면 시민 삶의 만족도도 그만큼 높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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