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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사라지면 식량자원 3분의 1이 줄어든다는 애기를 아시는지요? 꿀벌이 꽃의 수정(수분) 활동을 돕기 때문인데요, 인간이 기르는 주요 농작물 종류의 70%, 전체 농작물 생산량의 70%는 꿀벌 같은 동물이 수분 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수분을 돕는 동물은 많지만 거의 대부분은 꿀벌이 차지하기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자원 3분의 1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요. 환경 단체 그린피스 추산에 따르면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373조 원 전후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남 함양에서 양봉을 오래 해 온 농가 바로 옆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오면서 꿀벌 수백만 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라고 합니다. 양봉농가는 바로 30~40m 옆에 지난해 4월 개장한 골프연습장에서 오후 7~10시 가동하는 조명이 꿀벌에게는 시간대를 낮으로 착각하게 해 일몰 후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야외에서 동사하고, 벌통 온도도 유지되지 못해 벌통 속의 꿀벌도 폐사하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빛에 민감해 빛 때문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정확한 상관관계 파악을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답니다.
꿀벌은 빛에 민감하다는데,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요? 요즘 길에 심심찮게 붙은 정당 홍보 플래카드를 보셨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게시하는 플래카드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인정해 수량, 규격, 게시 장소에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 홍보 플래카드는 유권자의 표심을 현혹하기 위해 점점 더 치열하게 내걸리고 있습니다. 어느 정당이 붙인 플래카드 바로 아래 그 주장을 반박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SNS에 회자되기도 합니다.
여름철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사용하는 비치파라솔을 업사이클링해 가방이나 다른 물품을 만들어 파는 일이 있었는데, 한 번 붙이고 사라지는 플래카드도 오염물질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각 정당의 주장을 유권자에게 폭넓게 알리려는 용도는 이해하지만, 요즘 같은 SNS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굳이 60~70년 전에도 하던 플래카드 홍보를 이어길 필요가 있을지 회의론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침, 다음 달 2~7일 2030부산월드엑스포 실사를 담당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관계자들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마주할 거리 풍경에도 정당 플래카드가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속가능성과 화합, 소통을 강조하는 세계박람회의 기조에 자칫 난립한 정당 플래카드가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실물 플래카드는 접어두고 온라인 공론장과 각 지역 의회와 국회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방향이 아닐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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