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제는 우리 국민이 가진 4대 불안의 뿌리와 같습니다. 부동산 문제도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부산이 수도권에 대해 균형 발전을 외치지만, 막상 부산 안에서는 동서 격차가 여러 면에서 뚜렷합니다. 이번에 부산시교육청이 동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156개 학교 3103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 실상이 그대로 확인됐습니다.
입시 경쟁이 서서히 시작되는 중학생들 중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3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 비율이 중부산(부산진 남 연제 동래 금정)에서 47%였지만 서부산(사상 사하 북 강서)은 10%, 원도심(중 동 서 영도)은 9%대에 그쳤습니다. 사교육 기관 이용 비율도 중부산과 동부산(해운대 수영 기장)은 60~70%대에 이른 반면 서부산과 원도심은 20%가량 낮은 비율이었습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교 수업과 자기주도적 학습만으로도 충분한 학업 성취도를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이 할 일일 것입니다. 서부산과 원도심의 사교육 시설이 부족하고, 각 가정에서 자녀의 학업에 충분한 관심을 쏟기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학교에서 충분히 학생들에게 성취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공부할 분위기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교육청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예산 627억 원을 들여 서부산과 원도심 학교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부산형 인터넷 강의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장 올해 2학기부터 원도심과 서부산권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강의에 들어가고, 내후년 2025년에는 전체 고교생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각 과목별 인강을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서부산과 원도심 학교 안에 요즘 유행하는 스터디카페형 자기주도 학습실을 만들어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북돋기로 했습니다.
교육의 또 다른 한 축인 교사의 측면에서도 유능한 선생님들이 서부산과 원도심 학교에 더 많이 배치되도록 지역 가산점 상한제 확대, 원거리 근무자 인센티브, 해외 자율연수 참가 확대 등의 지원책도 마련하고, 더 구체적인 방안을 올해 중 만들 예정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시대 일그러진 인간상의 한 단면을 보며 우리 사회 교육과 상식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온 가여운 A씨 모녀를 거둬준 20대 부부의 행위는 처음엔 아름다웠습니다. 또래였던 세 사람은 처음에는 잘 지냈지만, 부부는 갓 태어난 딸을 돌보는 A씨에게 온갖 집안일을 시키고, 2021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2410회에 이르는 성매매를 강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챙긴 돈이 1억 2450만 원이었습니다. 거기다 아이 앞으로 나온 양육수당까지 챙겼습니다. 부부는 이 돈을 자기들끼리만 썼습니다. 정신적으로 부부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된 A씨는 부부에게 당한 심신의 고통을 자신의 딸에게 화풀이하기에 이르렀고, 방치와 구타를 견디다 못한 네 살 딸은 결국 지난해 12월 14일 7kg도 안 되는 마른 몸으로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명문대 많이 보내는 교육에 앞서,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고 자신만큼 타인의 인격권도 존중할 줄 아는 학생을 키워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교육의 의무 아닐까요. 오로지 돈과 부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세태가 교육의 의미마저 퇴색시키는 것 아닌지, 가슴이 시립니다. 지옥 같은 삶을 살다 간, 아직 이름도 공개되지 않은 어린 생명의 넋을 기리며 기성세대로서 그저 미안하고 참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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