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규모 이상 정부 예산을 집행할 때 낭비 요소를 점검하는 타당성 조사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경제성 분석의 기본 틀인 ‘비용편익 분석’에서 그동안 지방사업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습니다. 인구 밀집도가 떨어지는 비수도권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편익이 수도권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동안 총사업비 500억 원, 국가재정 지원 300억 원 이상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했는데, 그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 원, 국가재정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1999년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준을 조정하는 법안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랍니다.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등 문턱을 3번 더 넘어야 하지만, 여야 만장일치로 소위를 통과한 덕분에 논란의 소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방소멸 위험이 지방 대도시에서도 감지되는 상황을 정치권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그런데도 이 법안이 소위에서 통과되자 상당수 수도권 언론은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심성 사업이 남발돼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미 수도권에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살리기에 쏟는 예산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 없다는 논리입니다. 괄호안의 실상을 숨긴 채 기울어진 운동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수도권 언론의 편향적 논리를 인정하더라도,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전체 사업비 규모가 커져 실제 예타 면제 헤택을 받는 지역 사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이슈도 정치권에서 본격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13일 강석훈 산업은행장과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는 한편, 민주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당내 산은 이전 반대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무위 의원들이 산은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정상적 절차를 밟으라는 결의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입니다. 산은법에 본사를 부산으로 지정하는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본사를 옮기는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산은 본사 이전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을 지정하고 이전 계획을 수립한 뒤 관련법 개정 절차를 거치려는 중입니다. 수도권 의원들의 어깃장인 겁니다. 민주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 균형 발전 정신을 잇는 민주당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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