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대형 재난에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2020년에는 그 비율이 48.8%였는데, 올해는 64.6%로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에는 68.8%까지 치솟았었습니다. 재난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7%가 대통령이라고 인식했고, 이태원 참사 때의 컨트롤타워 역시 대통령이라고 꼽은 응답자가 33.9%로 가장 많았습니다. 재난 책임이 국가 수반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인식은 높은데, 정부의 인식과 준비 정도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나빠졌습니다.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가 개선됐다고 평가한 비율은 2018년 42%, 2019년 52%로 높아졌다가 올해 35.7%로 뚝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마약 이슈가 봇물 터지듯 불거집니다. <부산일보> 기자들이 SNS를 통해 마약 운반책, 이른바 ‘드리퍼’ 모집자들과 접촉해본 결과 20대는 물론 10대 청소년들까지 단시간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현혹하고 있었습니다. 수도권 마약 공급망이 이미 부산 유흥가에도 뻗쳤고, 부산항을 통한 대량 밀반입도 심심찮게 적발돼 관계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답니다. 선박 화물은 양이 워낙 많아 전수 조사가 어려운데 그 허점을 파고드는 수법이 날로 교묘하고 치밀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약의 손길에 덜미를 잡힌 피해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유통망 전체에 대해 함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검·경에서는 본인 선택이 아닌 한 피해자에 대한 처벌은 없으니 수사당국에 적극 신고·제보해달라고 당부합니다.
최근 방송사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도 방송돼 전국적으로 충격을 줬던 ‘서면 돌려차기’ 피해 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는 탄원 서명자 모집에 나섰습니다. 가해자와 구치소에서 함께 생활했다는 한 제보자는 가해자가 범죄를 전혀 뉘우치지 않고, 출소하는 대로 찾아가 복수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합니다. 제보자는 피해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를 가해자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습니다.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형이 과하다며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피해자는 12년 뒤에도 40대에 불과한 가해자가 출소하면 누구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고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탄원 서명 사흘 만에 4만 명 넘는 참가자가 모였다는 사실은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뜻임과 동시에, 같은 유형의 폭력이 나에게 언제든 가해질 수 있다는 집단적 의식을 반영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최소한의 도움만 주고, 나머지 모두를 각자의 역량껏 해결해야 하는 각자도생 사회. 재난도, 마약도, 폭력도 고개를 더 높이 쳐드는 ‘불안사회’의 또 다른 이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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