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정해수욕장은 서핑의 성지입니다. 해양수도 부산이라지만, 이렇다 할 해양레저를 즐길 공간이 태부족한 부산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서핑을 가르치고 확장해 온 '송정서핑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사연인즉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추진 중인 '송정 해양레포츠 빌리지' 사업 부지에 송정서핑학교가 포함되는 바람에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서핑업계는 해운대구가 서핑센터를 따로 지어 외부 사업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송정서핑학교는 1996년 송정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서핑 사업을 시작해 송정해수욕장을 부산 서핑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당시 해운대구 담당자가 '일단 도로 부지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서핑 문화가 발전하면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 서미희 송정서핑학교 대표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송정서핑학교가 가건물이라는 이유로 2017년 이후 도로 점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고, 2020년부터는 이 부지에 서핑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는 서핑학교를 없애고, 새로운 서핑학교를 만들겠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네요. 다만, 6월 문체부 사업 발표까지는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니 기다려 봐야 한다는 가능성을 비친 해운대구는 "추후 서핑 문화에 기여한 부분을 자타가 공인하는 만큼 대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운대구가 정말 서핑을 지역의 대표 해양레포츠로 발전시키고 싶다면, 서핑문화 확대를 위해 수십 년을 바친 관계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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