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애용하는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는 '스토리'(줄여 '인스스'라고 쓴다네요)라는 양식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피드는 지우지 않는 한 계속 노출되지만, 스토리는 24시간만 떠 있다가 사라집니다.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지 궁금한 시선으로 보니, 지워질 게시물을 왜 남기는지가 의아합니다.
부산일보 편집국의 2030세대가 쓰고 구미는 'MZ편집국'은 이런 세태의 근저에서 개인정보에 민감한 세대들이 나름 안전하게 소통할 방법으로 애용하는 게 '인스스'라고 분석했습니다.
스마트 미디어를 접하는 영·유아가 점점 늘어나고, 최초로 스마트 미디어를 접하는 연령도 영아기로 어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친숙한 MZ세대는 인터넷에 자신의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민감도도 높습니다. 기자들이 검색해보니 5분 만에 동료 기자의 웬만한 신상 정보가 확보되었답니다. 원하지 않는 개인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이들 세대는 수시로 검색·거래 목록을 스스로 찾아 지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앨범 주소록을 보고 선자리가 들어온다던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어, 지난해 부산대에서는 졸업앨범 희망자가 없어 아예 앨범 제작을 중단하기도 했었답니다.
졸업사진과 현재 외모를 비교하며 품평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충격이지만, 단순히 개인 정보 유출이 기분 나쁘다는 차원을 넘어 개인정보를 활용한 범죄나 딥페이크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도 갖고 있다 하니 휘발성 게시물을 선호하는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인스스'는 사라지는 스토리지만 소통 욕구는 충족시키기 위해 누가 스토리를 봤는지는 알 수 있게 돼 있답니다.
이런 세태가 되고 보니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크고, 디지털 장의사의 영역이 앞으로 더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온갖 기술과 정보가 난무하면서 범죄도 그 틈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불안한 시대, 그 속에서도 잠깐이나마 소통의 안테나를 세웠다 내리는 MZ세대의 소통법을 보니 나희덕의 시로 발표돼 가수 안치환이 노래로도 만든 '귀뚜라미'가 떠오릅니다. "나 여기 살아있소" 외치는 애닯은 타전 소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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