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조선통신사처럼 연안을 따라가는 뱃길은 호수나 강을 항해하는 것처럼 눈 시리게 아름다웠습니다." 옛 그림에 나온 항로를 따라 조선통신사 3100km 여정을 답사한 이가 있습니다. 부산초량왜관연구회 전우홍 씨 일행입니다. 전 씨는 개인 요트를 타고 부산에서 에도(도쿄)까지의 조선통신사 전체 여정을 왕복했습니다. 오직 270여 년 전의 그림 기록을 따라 진행한 33일간의 여정이었습니다. 전 씨가 참고로 한 것은 '사로승구도'라는 옛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1748년 조선통신사 화원으로 파견된 이성린이 부산~에도 여정을 30장 연작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사로'는 일본 뱃길 '승구'는 빼어난 경관을 말합니다. 전 씨는 성지순례를 다녀온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1995년 독일인 친구의 요트를 타고 대마도에 갔을 때 이즈하라에서 통신사 행차도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뒤 조선통신사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사로승구도를 만났다고 합니다.
중간 기착지에서 탑승한 인원 등 총 8명이 참여한 이번 항해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었던 전 씨는 "200여 년의 역사에 기반해 새 역사로 나아가고 있는 통신사의 길에 젊은 사람들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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