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1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다시 몰입을 방해합니다.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잊지 않은 괴물이 갑작스레 변화하게 되는 신파적 상황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반복되는 클리셰는 넣지 않는 게 나았습니다. 특히 유머 코드가 진부합니다. 전체적으로 다음 장면이 쉽게 예측되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복선을 비롯한 ‘힌트’를 대놓고 알려주는 슬로 모션도 마찬가지로 촌스러운데, 생뚱맞은 분위기의 삽입곡은 또 너무 도전적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이 상대적으로 무능하고 비겁하게 그려지는 것이 불만스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물론 창작극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설정이긴 합니다. 다만 주인공인 장태상을 띄워주기 위한 장치라는 게 투명하게 보이니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사실 경성크리처 핵심은 ‘멜로’입니다. 돈만 밝히던 태상이 채옥을 만나 마음을 열면서 인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중심 줄기이고, 크리처는 곁가지라는 인상마저 듭니다. 처음엔 앙숙으로 만났던 이성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는 늘 재밌지만 뻔한 감이 있습니다. 두 주연배우 연기는 좋았습니다. 박서준 특유의 능글 맞은 뻔뻔한 연기가 ‘조선판 개츠비’ 캐릭터에 잘 들어맞았고, 점차 진중해지는 태상의 모습도 무리 없이 소화했습니다. 만주 출신의 거친 여성인 채옥을 연기한 한소희는 촬영 중 부상을 입을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총 10부작인 경성크리처는 내달 5일 나머지 3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총 제작비가 700억 원인데 파트1에 300억 원이 투입됐다고 하니, 아직 후반전도 시작하지 않은 셈입니다. 시리즈물은 마무리가 중요한 법입니다. ‘스토브리그’로 이름을 알린 정동윤 감독과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영화 ‘제빵왕 김탁구’(2010)의 강은경 작가가 손을 맞잡은 만큼, 후반전에는 전반전의 부진을 씻어낼 시원한 역전 골이 들어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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