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조선 곳곳을 파헤쳐 놓은 왜군은 그의 유언에 따라 본국으로 철수하려 하지만, 이순신(김윤석) 삼도수군통제사와 명나라 연합 수군이 바다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순천왜성에 사실상 갇힌 신세가 된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는 명나라 장수인 진린(정재영)을 설득합니다. 뇌물 공세를 펼치고 ‘더 이상의 희생은 무의미하다’며 회유합니다. 완고하던 진린은 결국 고니시에게 협조해 퇴로를 열어주려 합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절대 이렇게 왜군을 돌려보낼 수 없다며 반대합니다. 진린은 자신이 명나라 황제의 대리 격이라며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지만 이순신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고 이순신은 주창합니다. 이렇듯 영화는 초반 60분을 노량대첩이 일어나기까지의 상황과 캐릭터 배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합니다. 액션신 없이 흐르는 처음 한 시간은 조금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상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는 통쾌감이 몰아칩니다. 이미 ‘한산’에서 경험한 감정이지만, 더욱 확장된 스케일이 차별점을 낳았습니다. 화차와 천자총통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 왜군의 허를 찌르는 기만전술을 보는 재미는 확실한 관람 포인트입니다. 속칭 ‘쪽수’만 믿고 기세등등하던 왜선들이 마구 박살 나고 깨부숴지는 장면들은 시원한 통쾌함을 안깁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의자가 진동하는 4DX 포맷으로 관람했더니 현장감이 대단합니다. ‘명량’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롱테이크 백병전 액션신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입니다. 조선은 물론 왜군과 명나라군의 시선까지 담아 전쟁의 처절함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호오를 가를 부분은 이순신의 시선을 담은 후반부입니다. 왜군의 반격이 거세질 때 이순신이 다시 힘을 내 아군을 격려하는 장면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냈는데, 관객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대목입니다. ‘명량’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신파적 장면을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입맛에 영 맞지 않을 연출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오히려 큰 감동을 느꼈다는 관객도 적지 않습니다. 이순신이 전사하는 장면에선 김 감독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어설프거나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을 그려냈습니다. 다만 결말부에도 신파적 요소가 있어 ‘호불호’가 갈리겠습니다. 기자의 경우 ‘여기서 우세요’라고 만든 장면에서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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