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는 부하 직원이었던 젊은 여성 해리스(에이미 루 우드)를 통해 답을 얻습니다. 활기찬 삶을 사는 해리스처럼 되고 싶어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원조 교제를 의심하는 소문이 퍼지지만 윌리엄스는 절박합니다. 해리스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잊어버렸다고 한탄하던 날, 윌리엄스는 문득 깨달음을 얻습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윌리엄스는 생기를 찾고,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사실 일본 거장 고(故)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 ‘이키루’(1952)를 원작으로 합니다.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각색을 거쳐 배경이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원작과 일치합니다. 영화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치 있는 삶, 품격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그마한 답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윌리엄스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한탄하는 모습에서는 공감을 느끼고,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소신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큰 감동은 없었지만,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의 메시지 못지않게 좋았던 것은 연출입니다. 통근 열차를 기다리는 신사들이 모인 기차역에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고즈넉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특히 피아노와 관현악기를 적절히 활용한 배경음악이 감성을 자극합니다. 술에 취한 윌리엄스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스코틀랜드 민요 ‘the Rowan Tree’를 부르는 장면은 울림을 줍니다. 빌 나이의 관록이 묻어나는 호연도 관람 포인트입니다. 신파를 배제한 덤덤한 연출이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1950년대 영국을 재현하는데 신경을 쓴 미장센과 따뜻한 색감 등 영상미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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