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신과 미술을 제외하면 그리 눈길을 끌 만한 장면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루함마저 느껴지는 대목까지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려 한 욕심이 원인인 듯 합니다. 영화에서 나폴레옹은 다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위대해지고 싶어하는 야망가이자 뛰어난 전략가, 그리고 로맨티스트입니다. 나폴레옹은 파리에서 유명한 미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조제핀(바네사 커비)과 결혼했습니다. 6살 연상의 조제핀은 그야말로 팜므파탈입니다. 불륜을 저질러 불리한 입장이 되고도 얼마 못 가 남편을 휘어잡습니다. 조제핀을 향한 나폴레옹의 사랑은 애절합니다. 조제핀에게 접근하는 남자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전장에서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내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한 뒤에도 잊지 못합니다. 주연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와 바네사 커비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습니다. ‘조커’(2019)로 깊은 인상을 남긴 호아킨 피닉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나폴레옹의 입체적인 내면을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전투를 앞둔 지휘관에게서만 볼 수 있는 긴장감과 흥분을 눈빛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명배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조제핀 역의 커비도 팜므파탈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문제는 단조로운 전개와 애매한 무게중심에 있습니다. 전기영화라면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을 만한 장치를 심어둬야 합니다. 올해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같은 경우 오펜하이머가 짊어져야 했을 책임감이나 고뇌와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에서는 인물의 감정에 이입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나폴레옹의 일생을 그저 시간순으로 나열한 듯한 플롯이 몰입을 방해합니다. 시대적 배경 탓도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애국심과 가부장적 사고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소위 ‘찌질함’을 강조한 스콧 감독의 인물 해석 탓인지 극중 나폴레옹에게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끼기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조제핀과의 사랑과 갈등이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여기에 나폴레옹 전쟁 전후의 복잡한 프랑스 역사와 외교전까지 녹여내 집중력이 분산됩니다. 역사물인지 드라마인지 전쟁영화인지 장르가 불명확하고, 전반적으로 애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영화 러닝타임은 2시간 38분에 달하는데도 서사가 뚝뚝 끊기는 인상마저 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애플TV+를 통해 공개될 감독판은 무려 4시간 10분에 달한다고 합니다. ‘가위질’을 많이 한 탓에 편집이 매끄럽지 못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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