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의 예브게니 페도로프 의원은 최근 언론에 성명을 보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무자녀 세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과거 구 소련 시절 자녀가 없는 성인에 부과했던 무자녀세를 부활하자는 것이었다. 소련은 인구 감소가 사회 문제가 되자 성인 남성과 기혼 여성 중에 자녀가 없을 경우 임금의 6%를 원천 징수하는 불이익을 줬다가 1990년대 들어 폐지했다.
이 전체주의적 발상은 즉각적인 반대 여론을 불렀다. 니나 오스타니나 하원 가족여성아동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소련 시절은 일자리와 주택이 무료로 제공됐기에 무자녀세가 가능했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 의회는 병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 중인데 출생률을 높이는 실효성이나 윤리성 때문에 반대 여론이 커서 강행 여부는 미지수다.
북한도 저출산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개회사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출생률 감소와 보육, 교육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행사 중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여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인구 감소 추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일본 정부가 최근 마련한 지원책은 파격적이다.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의 자녀 전원에 대학 수업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출산율을 반등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천문학적 재원 부담 논란을 잠재우는 지경이다.
대체 이들 국가의 인구 감소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런 파격이 나올까?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러시아는 1.42명, 북한은 1.79명, 일본은 1.26명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0.778명에서 올 3분기에 역대 최저인 0.7명으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2명이면 현상이 유지된다. 2명 선이 깨지면 인구 절벽에 진입하고 1명이면 반토막이 된다. 통계청은 14일 발표한 인구 추계에서 2025년 0.65명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경우와 2026년에 0.6명 선이 붕괴되어 0.59명까지 내려가는 비관론까지 내놨다. 어느 쪽이나 국가소멸을 예상한 NYT의 지적이 과하지 않다. 한국 사회가 위기에 무뎌져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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