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발단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이란이 그린 큰 그림에 따라 대리 세력들이 지원하고, 하마스가 행동으로 옮긴 ‘계산된 모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란은 수십 년 동안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 이란은 지난 40여 년간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앞세우고 자신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대리전, 즉 ‘그림자 전쟁’을 전개했다. 대리전쟁이란 한 국가가 직접 전쟁을 하지 않고, 그 우방국 또는 기타 국가나 집단이 대신하여 타 진영이나 다른 국가와 싸우게 하는 전쟁을 뜻한다.
실제로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과 테헤란의 정권에 대한 대리인, 보험의 성격이었다. 이스라엘과 갈등에서 이란의 ‘국가 보험’ 역할을 했던 헤즈볼라는 예멘에서 후티족을 훈련시키고,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조력했다. 중동 전역의 다른 분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란은 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리인으로 활용했던 헤즈볼라 지도자부터 총사령관, 정예부대 수뇌부까지 대거 제거되면서 해당 보험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궤멸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이란은 지난 1일 미사일 180발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약속 대련’ 느낌의 보복마저도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다. 상당수 미사일이 발사 단계 또는 비행 도중에 실패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 직후 “이란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무기체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1차 공격에서 이란의 대공미사일 시스템과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F-35 라이트닝 스텔스 전투기와 첨단 탄도미사일 체제로 이란 전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한 셈이다. 또한, 헤즈볼라가 이란에게서 받아 비축한 미사일과 로켓 12만~20만 기 중 상당수가 파괴되면서 이란으로서는 대리인을 통한 협공 수단이 애매해졌다.
이제 최종 반격에 나설 이스라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대선 전에 이란 공격을 감행하고, 공격할 표적을 결정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에 곧 대응할 것"이며 "정확하고 치명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로서는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정리되면서 방어 위주에서 최대 공격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어디를, 얼마나 세게 공격하느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생산기지와 우라늄 농축시설 타격 등 어려운 군사작전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페르시아만 정유시설, 원유 수출 터미널 등 경제 인프라까지 보복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또한,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거나 신정 정권에 타격을 주는 등 다양한 공격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에 대한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이란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대담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란 정권이 국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심상치 않다는 관측도 한 배경이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을 상대로 “이란 정권이 핵무기와 외국 전쟁에 낭비한 막대한 돈을 모두 당신들 자녀의 교육, 건강, 국가 인프라, 물, 하수 등 필요한 것에 투자했다고 상상해 보라”는 내부 분열용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이란을 안팎에서 흔들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 교체, 핵시설 파괴 등이 힘들다면 최소한 레바논과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북부지역의 피란민 6만여 명을 귀환시키겠다는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구소련과 동유럽 출신 유대인 인구 유입이 급증했다. 이들의 정착촌 확보를 위해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의 완전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스라엘로서는 북부 접경지역에 안전지대를 만든 뒤, 자국 피란민을 복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어떤 경우든 이스라엘로서는 군사력을 투사해 중동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활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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