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맞선 윤 대통령 측은 불법적인 법원 영장,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불법 체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와 체포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자신이 체포되는 것이 아니라 ‘출석’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궤변으로 흐르는 일이 빈번해지자 대통령 주장을 받아쓰기하는 대신 참과 거짓을 비교하는 팩트 체크(사실 확인) 보도가 확연히 늘었다. MBC, JTBC 등은 15일 윤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생중계하는 동시에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된 사실 등을 따져 윤 대통령 주장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검증 보도를 내보냈다.
이날 궤변의 압권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SNS 계정에 육필 원고를 올리고 부정 선거론을 장황하게 주장한 대목이다. 같은 날 CBS 시사 프로그램 ‘박재홍의 한판 승부’는 앞선 9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의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언급을 소개하면서 부정 선거론은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김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친구로,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는 국회에서 우리나라는 실물 투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사후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표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친구인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색 포털 네이버와 다음 뉴스 서비스에 신설된 ‘팩트 체크’ 항목에는 대통령 담화나 대통령실 발표가 나오면 진위 여부를 따지는 언론사 보도가 꼭 올라온다. 윤 정부 들어 등장한 현상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언사가 의심의 대상이 되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들어야만 하는 나라는 정상일 수 없다. 대통령의 말이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언어도단 상태가 아니고 뭔가. 극단적 유튜버의 일방적 주장만 울려 퍼지는 대신 서로의 말은 믿지도, 듣지도 않는 나라 꼴이 참담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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