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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늘 멀게만 느껴지는 시대에 대통령이 건넨 작은 펜 하나는 국민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정치적 계산으로는 얻기 힘든 자연스러운 공감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가진 방명록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서명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좋은 펜(nice pen)”이라고 말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어 “펜의 두께가 매우 아름답다”라고 감탄했다. 트럼프의 입에서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의외의 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님의 다소 복잡한 서명에 유용할 것”이라며 펜을 선물했고, 두 정상은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교감을 나눴다.
사실 이 펜은 특별할 것이 없는 물건이었다. 원목을 다듬어 봉황과 태극 문양을 새기고, 값비싼 만년필촉 대신 흔한 ‘모나미 네임펜’ 심을 넣어 만든 대통령 전용 사인펜이었을 뿐이다. 브랜드 로고도, 고가의 펜촉도 없었다. 그러나 장인의 손길이 더해지자 평범한 펜은 품격을 갖추었고, 겉으로는 소박했지만 그 속에는 한국적 정체성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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