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종영④, 현실성은 저 너머에…너무했지 말입니다

입력 : 2016-04-15 09:27:04 수정 : 2016-04-15 09: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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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드라마다. 극을 위한 일부 각색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진 경우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14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높은 흥행을 기록한 '역대급' 인기 드라마인건 분명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는 극의 흥미와 몰입을 위한 '각색'이 아닌 '오류'에 더 가까웠다.
 
■ 실제 군대와 동떨어진 언행...'미필의 후예'(?)
 
'다나까'식 말투란 군대에서 모든 말의 어미를 '다' '나' '까'로만 끝내는 특유의 소통 방식을 의미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태양의 후예'지만, 극 중 인물들이 사용하는 '다나까'식 말투는 대세 중 대세였다.
 
특히 군대를 직접 다녀온 남성들보다 군 미필자와 여성들 사이에서도 '~지 말입니다'라는 말투는 유행처럼 번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배경에는 '신선함'이 뒷받침한다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따뜻하고 달콤한 말을 주로 사용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는 달리, 군대식 말투를 쓰는 터프한 남성 캐릭터를 보며 묘한 매력을 느꼈다는 것.
 
그러나 국방부를 포함한 군필자들의 시각에서는 이는 다소 민망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방부는 병영 문화의 악폐습을 뿌리 뽑기 위해 장병들 간 일상 대화에서 '해요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최근 이 같은 방향을 지향하기 위해 지난 2월 언어 순화 지침서를 장병들에게 배포했다. 또 군필자들의 입장에서는 '~지 말입니다'는 말투는 극히 일부의 경우에서만 사용할 뿐, 상용되는 일반적인 말투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국방부는 최근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필요하다면 '다나까체'를 쓸 수 있지만, 군대 언어문화 개선의 취지도 고려해 극 중에 녹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행동도 어설펐다. 지난 13회에서 유시진 대위는 육군 준장 사령관에게 신고를 하기 위해, 하급자들과 함께 대열을 맞춰 경례했다.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이 장면도 드라마 속 옥에 티.
 
원칙은 이렇다. 경례를 받은 유시진이 뒤를 돌아 상급자에게 경례를 해야한다. 또 상급자가 경례를 받고 손을 내린 뒤 하급자들을 향해 '바로'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드라마라는 틀 안에서 모든 장면을 원칙대로 표현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군을 주요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극의 몰입을 위한 디테일한 묘사가 아쉬웠다.
  
■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불사조 송중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죽길 바라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유시진(송중기) 같은 매력적인 주인공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전개로 인해 유시진은 '불사조' '좀비' '유사조(유시진+불사조)'라는 오명을 썼다.
 
적군의 총알은 그를 교묘히 빗겨가며, 총을 맞아 피투성이가 됐다 하더라도 금세 회복한다. 심지어 전사자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그는 돌아온다.
 
지난 14회 방송에서 유시진은 무장 세력들의 갑작스런 총격으로 정신을 잃고 심정지 상태에 이른다. 강모연(송혜교)이 있는 해성병원으로 실려간 그는 심폐소생술에도 심박수가 돌아오지 않으며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듯 했다.
 
그러나 강모연이 울기 시작하자 유시진은 어느새 눈을 떴다. 그리고는 농담을 건넸다. 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실제 임무에 투입됐다.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강모연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유시진은 3개월간 특수 임무를 떠나게 됐고 언제나 그랬듯(?) 위기가 찾아왔다. 적에게 총상을 입고 거대한 폭발 사고까지 일어나며 서대영(진구)과 함께 전사자 명단에 오른 것. 강모연은 유서를 보며 오열했고 그렇게 슬픈 결말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시신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던 유시진은 넓은 사막에서 "빅보스 송신"이라는 무전과 함께 짠 하고 나타났고 강모연과 포옹했다.
 
■ 육군 대위에게 헬기라니?


극 초반 유시진은 강모연과의 첫 데이트를 앞두고 갑작스레 아프카니스탄으로 떠나게 됐다. 상부의 긴급 명령을 받은 그는 강모연이 몸담고 있는 해성병원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유유히 떠났고 '태양의 후예'가 담아낼 에피소드의 시초가 됐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다. 물론 엘리트 출신 군인이라고 평가받는 유시진이지만, 육군 대위 한 명을 태우기 위해 나라가 헬기를 출동시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실제 군에서도 헬기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장군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극 중 등장한 헬기 기종은 ch-47 치누크로 불리는 수싱헬기로, 2성 장군(소장) 이상이나 탈 수 있는 기종이라고.
 
■ '흥행' 잡았지만, '작품성' 놓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성과 흥행은 별개의 요소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이슈가 되지 않는가 하면, 부족한 짜임새를 가졌음에도 인기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태양의 후예'는 후자에 가까웠다. 극 중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된 나머지 전체적인 흐름에 짜임새가 부족했고 개연성은 뒷전이었다. 또 시간에 쫓겨 제작된 작품이 아닌 100%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했다.
 
특히 작품 위에 수놓은 에피소드가 아닌, 작품이 에피소드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강했다. 단적인 예로 유시진과 서대영이 소속된 알파팀은 '슈퍼맨'에 가까웠다. 목숨을 내놓는 수개월간의 파병은 물론, 남북 접견에서의 경호 업무까지 맡는다. 심지어 걸그룹 레드벨벳의 위문 공연까지 담당하는 특전사 알파팀이다.
 
또 목숨을 잃어 전사자 명단에 올라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각자의 짝을 찾아가는 유시진과 서대영의 모습은 순정 만화를 연상케 했다. 알바니아 사막에서 강모연에게 무전을 하며 자신을 알렸던 송중기는 무전기 조차 들고 있지 않았다. 
 
이 밖에도 압박 부위가 잘못된 심폐소생술과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야외 개복수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인물들의 뜬금없는 등장 등 부분이 어색했고 또 아쉬웠다.
   
물론 극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태양의 후예'가 판타지라고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나 판타지라고 할지라도 시청자의 공감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다큐멘터리 수준의 현실성을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은 장르를 불문한 필수 요소다. '태양의 후예'는 흥행 면에서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세밀한 작품의 완성도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사진='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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