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3단계의 서막을 열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하 ‘시빌 워’)의 핵심 갈등은 정부의 ‘슈퍼히어로 등록제’의 찬반이다.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 ‘팀 캡틴’과 찬성파 ‘팀 아이언맨’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등록제를 반대했던 팀 캡틴의 멤버인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마키)의 현실적 답변은 영화와 반대였다.
22일 오전 싱가포르 마리나샌즈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빌 워’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리스 에반스는 “결국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결국 어떤 통제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인, 단체 그리고 국가 모두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관리와 통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바스찬 스탠 역시 마찬가지. 그는 “현실에서는 이종 격투기 선수들의 손도 무기로 인식된다”면서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등록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조 루소 감독은 “영화 속 상황에서는 등록제를 반대한다”며 “극 중 로스 장군(윌리엄 허트)이 나오는데 그는 개인적으로 슈퍼히어로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통제 하에 들어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 속 상황. 현실에서는 그 역시 배우들과 같은 생각을 내놨다. 그러면서 감독은 “결국 누가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특정 국가가 관리한다면 힘이 쏠리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UN 조직이 통제한다면 말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캐릭터 반전, 처음부터 의도했죠.”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 중 흥미로운 요소는 군인 출신인 캡틴 아메리카가 정부의 반대 입장에 선다는 것이다. 또 자유분방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평소 그가 보여준 성향과 달리 등록제를 지지하는 쪽이다. 기존 캐릭터의 성향만 생각했을 땐 ‘반전’에 가깝다.
이에 조 루소 감독은 “처음부터 의도하고 기획된 것”이라며 “다만 이런 캐릭터의 반전을 위해 충분한 감정적인 동기부여가 있어야 했고, 그런 요소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애국심 강한 군인인 캡틴 아메리카는 전편에서 쉴드(국제평화유지기구)의 부대를 직접 경험하면서 이런 자세를 취하게 돼죠. 또 아이언맨은 자기중심적이지만, ‘어벤져스2’의 사건들로 인해 통제의 범위 안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스토리텔링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로 자신들의 역량을 드러냈던 루소 형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슈퍼히어로물의 진화를 이끌어냈다. 가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한발 내딛었다.
조 루소 감독은 “슈퍼히어로 시장은 포화됐고,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히어로물을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이야기 안에 깊은 감정을 실으려고 한다. 그리고 깊이와 유머, 위트를 균형 있게 연출하려고 노력한다”며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줬기 때문에 보다 잘 전달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 사이의 갈등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윈터 솔져는 이번 ‘시빌 워’에서 ‘팀 캡틴’ 일원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어릴 적 친구인 윈터 솔져 때문에 현재의 친구인 아이언맨과 다투게 된다. 이 지점도 흥미롭다.
크리스 에반스는 “영화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주는 게 이런 관점”이라며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서로의 다른 입장 차이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상처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 사이의 갈등”이라며 “과거 성장기의 기억과 삶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윈터 솔져를 선택하지만,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와 싸워야 한다. 이게 ‘시빌 워’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세바스찬 스탠 또한 “악역으로 처음 나오고, 이 작품에서 생존을 위해 믿을 수 있는 찾게 되는 데 그게 캡틴과 팔콘”이라며 “이런 부분이 캐릭터를 흥미롭고 재밌게 한다”고 만족해했다.
‘시빌 워’는 27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싱가포르=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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