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나흘 연속 1450원을 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강달러 심화로 1500원 선도 무너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내년 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하는 형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수습마저 더뎌지는 탓에 원부자재를 수입·가공해 다른 기업에 납품하거나 수출하는 지역 중소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들까지 줄도산을 우려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야간 시장 개장 이후 장중 한때 1460원선을 돌파하기도 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2시 1457.50원에 마감했다. 지난 24일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4.4원 오른 1456.4원을 기록, 4거래일째 1450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넘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1962.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570.7원)에 이어 3번째다.
사정이 이러니 중소기업 현장에선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일정 기간 후에 대금을 결제하는 업체들에게 환율 급등은 대형 악재다.
철강재를 수입·가공해 국내외로 유통하는 한 철강업체는 달러당 1320원대 수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달러당 100원 이상이 오르면서 막대한 환차손을 입었다. 업체 대표는 “환차손을 입는 것보다 이자 부담이 더 비용이 적게 들어 대금 지급 기간을 연장했다”며 “앞서 경험해 보지 못한 환율 추세여서 다음 주조차 예견할 수 없는 지경이다. 대응계획 수립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지역 자영업자들도 우울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도 고환율은 악재다. 고환율로 물가 상승 우려가 더욱 커져 소비 침체의 늪이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동래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면서 “경기 침체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자영업자 줄폐업이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전국 부도 업체 27곳 가운데 부산 건설사가 6곳을 차지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최다’라는 불명예를 얻은 것이다.
건설업 종사자도 매달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부산 지역 건설업 취업자는 13만 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만 1000명이나 줄었다. 2년 전에는 건설업 종사자가 17만 5000명에 달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4만 500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5038세대로 전월 대비 167세대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744세대로 한 달 새 209세대나 늘었다.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부산울산회장은 “국내외 정치적 리스크에 내수 부진, 고환율까지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지역 경제가 무너질 위기”며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 일선에서 할 수 있는 대책들을 적극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